어쩐지 갈치 맛이 나는 것도 같고
이게 무슨 일이야, 할 정도로 갑자기 날이 차가워졌습니다.
반팔 입은 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가디건을 껴입어도 살짝 추운 느낌이에요. 가을은 발음을 하기도 전에 가고 긴 겨울이 시작된 걸까요. 어쩐지 쓸쓸합니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따뜻한 걸 먹고 싶습니다. 후후 불어가며 살짝 앗 뜨거, 소리도 해가며 그렇게 맹렬하게 뭔가를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맑은 국보다는 조금 뻑뻑한 국물이 좋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봅니다. 두부 한 모 있네요. 또 뭐가 있을까나. 살짝 시들어가는 감자 두 알도 다용도바구니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도 뻘건 국물의 조림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고추장+고춧가루+간장 적당히 넣고 피시소스 조르륵 한 후 물을 더해 양념을 만듭니다. 비율이요? 뭐 그런 거 없어요. 어차치 졸이니까 간장을 많이 부어 졸이기도 전에 짜지만 않으면 어떻게 해결됩니다. 중간중간 맛을 봐서 싱거우면 간장 조금 더 넣으면 돼요.
두부조림을 할 땐 두부를 구워서 양념장을 바르는 느낌으로 하지만 오늘은 그런 날 아닙니다. 갈치는 없지만, 갈치조림 느낌으로 일부러 국물 좀 넉넉히 잡아줍니다.
뭉근히 끓여야 되니 감자도 두께 좀 두껍게 썰어주세요. 너무 얇게 썰면 금방 익어서 부서지고 모양이 안 예쁩니다. 최소 0.5센티미터 이상 두께로요.
양념물과 두부, 감자를 한 번에 넣고 끓입니다. 센불로 끓여 양념물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이세요.
적당히 끓었다 싶을 때 채소 있으면 넣으세요. 전 냉동실을 뒤져 갈무리해 둔 대파 다 털어넣고 청홍고추 썰어놓은 것도 좀 넣었어요.
대파가 뭉근히 익고, 국물도 좀 졸았지요? 슬쩍 국물맛을 보세요. 좀 싱겁다 싶으면 더 졸이면 됩니다.
얼추 졸였다 싶을 때 포인트 하나. 불을 끄고 30분 정도 두는 겁니다.
왜! 감자와 두부 속으로 양념이 배어 들어가 더욱 맛있을 시간을 주는 거죠.
물론 졸인 후 바로 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잠시, 휴지기를 가지면 조림은 정말 더 맛있어져요.
30분 정도 둔 조림에 다시 불을 켜고 보글보글 끓여주세요. 2차 가열은 약불로 3~5분으로도 충분합니다.
냄비 모양보세요. 테두리의 양념이 졸아들어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감자가 익으면서 조금씩 나온 전분기가 국물에 섞여 적당히 걸쭉한 것이, 흡사 갈치조림같잖아요.
자, 이렇게 두부감자조림 완성입니다.
국물과 함께 두부 한 번 감자 한 번 먹다보면 속이 뜨뜻해지면서 잘 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오죠.
따끈한 흰밥에 감자와 국물 쪼르륵 붓고 살살 부셔서 비벼 먹는 맛은 어떻고요.
요새 갈치 꽤 비싸잖아요. 갈치조림은 도톰해야 제맛인데, 도톰한 갈치는 정말 쉽게 사기 어려워요.
모든 조림의 맛은 국물입니다. 두부와 감자 듬뿍 넣은 조림도 갈치조림 못지 않아요!
더 맛있게 먹는 팁
친구에게 나 이렇게 먹었어, 갈치조림 맛이 난다, 했더니 허허허, 이 친구 바로 갈치 사서 갈치조림 해먹는다는 소식을 전해오네요. 그렇습니다. 갈치가 있으면 갈치조림 해드십쇼. 양념은 비슷하고요, 갈치가 있으니 피시소스는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갈치 피시가 모든 걸 다 할 테니까요. 대신 마늘 몇 개 두드려 넣으세요. 밑에 무 듬뿍 깔면 더 좋고요. 역시 엄마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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