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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엄마 맛보다 내 맛이 좋아_연근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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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면 지긋지긋 구우면 연근연근


엄마가 한 반찬이 다 좋지는 않았어요. 엄마 음식솜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건 친구집에서 밥을 먹어보고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식쟁이 기질이 고쳐지진 않으니까요.

식탁에 오르면 싫은 반찬 중에 연근조림이 있었어요. 연근은 뭐랄까 구멍 숭숭 뚫린 모양도 살짝 징그러운 듯 별로이고(환공포증이 있었나) 씹으면 진득한 것도 별로였어요.

연근 반찬은 매번 간장조림으로 올라오는데 건강을 중요시하는 엄마는 설탕도 물엿도 올리고당도 넣지 않아서 맛있어 보이는 반질함도 없었거든요.

제사 땐 연근전도 했네요. 연근에 간 쇠고기를 붙여 밀가루-달걀물 순서로 지지는 거였죠. 전 안 먹었습니다. 맛있는 다른 것이 많이 있는데요!

엄마 택배 꾸러미에서 연근조림이 나오면 한숨을 쉬면서 할 수 없이 먹곤 했죠. 김밥을 싸게 되면서 좀 더 반가워지기는 했어요. 김밥에 넣으면 또 먹을만 해요. 아삭아삭 짭조름한 것이.

 

어쨌거나 전 연근을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연근을 구워먹기 전엔 말이죠!



구운 연근이 맛있다는 걸 안 건 최근입니다.

주오일식당(지금은 주오일주점이 된 것으로 압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안간지 정말 오래됐네요)에서 먹은 카레 덕분이었어요. 시금치카레를 선택한 후 토핑으로 연근과 브로콜리를 택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거든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그 때 주오일식당에서 먹은 카레 위의 구운 연근과 브로콜리

 

그 뒤로 가끔 연근을 직접 사서 구워먹곤 했습니다. 꼭 밥이랑 함께 반찬으로 먹지 않아도 괜찮아요. 감자칼로 슥슥 깎아 적당한 두께로 자른 후 팬에 버터 녹여 앞뒤로 노릇노릇 굽고, 소금(과 때로 후추) 찹찹 쳐서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거든요. 연근은 은근 든든하고요.

 

 

 

한접시 요리로 손색이 없어요. 아삭아삭하면서도 고소한 맛. 식감도 좋고 요리법도 간편하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니까 모두에게 좋습니다.

 

엄마도 많이 기뻐하세요. 연근 먹으라는 소리 정말 자주 하시는데 구워먹었어, 하면 잘했다 잘했어 합니다.

엄마 연근은 별로였지만 나의 연근은 좋아요. 이렇게 또 내 레시피 하나가 추가되는 거죠.

더 맛있게 먹는 팁

카레 위에 토핑으로 구운 연근 꼭 올려보세요. 평범한 카레가 확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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