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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냉소바 한 그릇 먹으러_소바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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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망리단길 맛집 원픽

 

시작은 당연히 내가 가자고 한 것이었어요. 이곳 냉소바 맛있거든요. 12시에 문을 여는데 적어도 20분 전에는 가서 기다려야 대여섯 팀 들어가는 첫 손님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 불편함, 평소에는 굳이 하지 않지만 한 번쯤은 수고해서 친구에게 맛있는 걸 맛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곳에 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친구가 망원역에서 나를 만날 때마다 여기에 가서 소바를 먹자고 할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지난해 여름, 친구와 만날 때마다 이곳에 갔네요. 심지어 친구가 먼저 가서 기꺼이 줄을 서주기도 해서 오히려 편하게 먹었습니다. (올 여름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지 않았네요)

(이곳은 공간이 협소해서 일행이 모두 오지 않으면 입장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소바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바를 주로 파는 곳입니다. 밥으로는 백명란덮밥, 성게알덮밥, 연어덮밥이 있고, 크로켓, 새우튀김 등도 있어요. 저녁에는 술과 함께 회 종류의 간단한 안주도 파는 것 같지만 느긋하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엔 장소의 협소함도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압박도 있습니다.

 

 

고깃국물 베이스의 온소바도 팔고, 단새우나 우니를 고명으로 올린 냉소바도 있어요. 성게알덮밥, 연어덮밥에 크로켓, 새우튀김까지 대충 다 먹어보았습니다. 어쨌거나 기다리는 사람들만 없다면, 기꺼이 가고 싶은 곳이고 또 친구나 선배를 만날 때 검증된 맛있는 곳,이라면 하면서 가기도 했으니까요.

 

단새우 냉소바입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냉소바를 시킵니다. 가장 기본 메뉴이고, 가장 싼데 가장 맛있습니다. 별 거 없는데 맛있습니다. 소바 국물이 정말 좋아요. 입에 착착 감긴다고나 할까요.

소바엔 생맥주 한 잔. 배가 얼얼한 맛.

 

밥을 먹고 싶다면 주로 연어덮밥을 시켜요. 이 때 연어 추가 필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먹을 때 마음이 좀 바빠지는 타입이라 사람들을 등진 자리를 선호하는 소심쟁이지만 식당 스태프들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서둘러 먹고 나갔으면 하는 분위기를 풍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다른 식당보다는 마음이 좀 편해요.

 

3시부터인가 브레이크 타임이 있고, 저녁 식사는 오후 5시에 시작되는 것으로 알아요. 그 때도 또 길게 줄이 늘어서있습니다. 여름에는 퇴근하고 지나가도 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슬슬 찬바람이 부니 냉소바 먹는 분들이 좀 줄어들려나요. 이곳 메뉴에 온소바가 있으니 여전하려나요.

혹시 망원역 뒷길을 지날 때가 있다면 슬쩍 몇 계단 내려가는 작은 소바가게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다면, 창문 안으로 보이는 실내에 빈 자리가 있다면, 영업을 하고 있다면, 그리 바쁜 일이 없다면 냉소바 한 그릇 드셔보세요. 맛있는 한 그릇이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지나가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빈 자리가 있더군요. 기쁜 마음에 들어가 한 그릇 했습니다. 살짝 떨리고 좋더군요.
예전엔 포장도 거절했는데 요샌 배달의민족 배달도 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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