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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았습니다.

어쩌면 물건에도 마음이 깃들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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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다고 다 버릴 순 없잖아요

오래 쓰는 물건도 있고, 자구 바꾸는 물건도 있습니다. 가구나 가전, 의류 등은 어머나 싶을 정도로 오래 쓰는 편이고 신발이나 양말은 벌써 싶을 정도로 자주 바꾸게 됩니다.(그 기능을 다해서 바꾸는 것이죠.) 오래 쓰려면 쓸 수 있지만 주기를 챙겨 일부러 바꾸는 품목도 몇 가지 있는데 수건, 행주, 수세미 등 위생과 관련된 것입니다.

 

내 집에 처음 방문한 지인이 공통적으로 놀라는 건 TV입니다. 아직도 무려 배뚱뚱이 아날로그TV가 있습니다. 엄마는 집에 오실 때마다 TV를 바꿔라, TV를 사주겠다 하시지만 바꿀 이유는 아직 없습니다. 여전히 멀쩡하게 잘 나옵니다. 화면에 금이라도 가면(살짝 그런 적 있어 걱정했는데 어느새 없어졌어요, 브라운관 문제가 아니었나 봐요) 그 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TV모니터와 연결해서 보는 건 딴세상 일입니다.

 

아날로그TV를 겨우 받치고 있는 듯한 작은 수납장도 오래된 것입니다. 옛날 옛날 옛적에 친구가 이사 선물로 사준 것인데 낡아서 시트지 리폼을 한 번 하고도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지저분함이 눈에 거슬릴 정도여서 진짜 이제는 버려도 돼, 새로 사자 싶었습니다. 요즘은 싼 물건도 많아서 리폼하는 비용에 2~3만원만 더하면 반짝 반짝 새 것을 살 수도 있고, 심지어 이참에 아예 TV도 함께 바꿔도 안 될 건 없지만, 한 번만 더 만져주자 싶었습니다.

 

수납장 전후 모습입니다.

청결도와 함께 쌩뚱맞음과 (비)웃음도 레벨 업 한것같기도 합니다만 만족합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지만, 그래도 아껴주면 뭐랄까 좀 더 생기있달까 당당하달까요. 청소를 할 때 맨 먼저 먼지를 훔쳐주고 만져주면 ‘나도 대우받고 있구나’ 살짝 기분좋아하는 것도 같고요.

 

때로 물건은 실용적인 쓰임새를 넘어 일상을 지탱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퇴근하면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개가 정신없이 인사를 하지만, 옛날엔 수납장과 TV가 내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가방을 놓고 잠시 한숨 돌리며 TV를 켜면 어젯밤 혹은 아침에 보던 그 채널에서 말을 겁니다. 그 때서야, 아 이제 집에 왔네, 어쩐지 안심이 되었어요.

 

그리하여, 이사할 때마다 버리고 새로 살까 싶던 TV대 겸 수납장이 나를 보고 웃고 있네요. 시트지 리폼을 했으니 이제 또 5년은 거뜬하려나요. 오래된 어르신들, 서로 의지하며 더 오래오래 지내십시오.

 

 

 

 

시트지 붙이는 법

줄자로 붙여야 할 면적을 재고 여유분 몇 센티미터씩 사방으로 더해 계산한 후 그만큼의 시트지를 구입하세요.

저는 윗면은 하얗게 바르고, 옆과 앞만 색깔을 달리해야 겠다 해서 그렇게 맞춰 2000원짜리 흰색 시트지 1매와 라임색 시트지 3매를 사왔지요.

분해할 수 있는 부분은 분해해서 시트지를 바른 후 재조립하는 것이 마감처리가 깔끔합니다. 저는 수납장 양쪽 문을 떼내고, 수납장의 유리를 빼고 손잡이도 떼내었습니다. 문 본체에 시트지를 발라 정리하고 유리와 손잡이를 끼운 후 다시 수납장 본체에 달았습니다.

수납장 본체 부분은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붙였네요. 우리 개의 방해를 뚫고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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