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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깊고 복잡한 맛이라니
묵은지를 참 좋아합니다.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이 년된 김치는 김치 그 이상의 힘이 있습니다.
묵은지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참 많지만, 나는 그저 묵은지를 잘 씻어서 꼭 짜서 쌈으로 싸먹거나 김밥에 김치 대신 묵은지를 넣어 묵은지김치김밥으로 먹는 걸 최고로 칩니다.
나만의 묵은지 손질법이 있다면, 김치를 포기째 물로 여러 번 헹군 후 깨끗한 물에 30분쯤 담가 놓는다는 겁니다. 간혹 큼큼한 냄새가 나는 묵은지라면 담가 놓는 시간을 늘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큼큼한 군내가 한결 가십니다.
묵은지김치김밥을 말 때는 단무지를 넣지 않습니다. 묵은지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굳이 단무지가 필요 없어요. 대신 신선한 맛을 더하는 오이를 넣는 건 좋습니다. 김치가 아삭아삭하니까 부드러운 재료인 맛살이나 달걀을 더하면 식감이 조화롭지요.
묵은지김치김밥을 말 때 김밥 속재료를 많이 넣지 않는 게 더 좋더라고요. 단순하면서 깔끔한 그 맛을 느끼고 싶거든요.
자, 이렇게 묵은지김치김밥 완성입니다.
달걀을 지단으로 하지 않고 스크램블처럼 포슬포슬하게 해서 듬뿍 올린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음식이, 이렇게 상큼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상큼함 뒤의 깊고 복잡한 맛도 참 좋습니다. 묵은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워요. 시간이 만든 선물은 다시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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