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꽉 차게 넣어요
어릴 때 좋아한 반찬 중 하나는 비엔나소시지였어요. 고기는 안 먹으면서 또 햄과 소시지는 먹었거든요. 엄마는 이런 건 진짜 몸에 좋지 않아, 타박하면서 아주 가끔 해주셨어요. 햄도 좋았지만 비엔나소시지가 정말 좋았어요. 엄마는 보통 어슷하게 칼집을 내어 구워주셨고, 가끔 절반만 십자로 칼집을 내어 문어모양으로 구워주셨는데, 그러면 훨씬 더 맛있는 거에요! 비엔나소시지가 반찬으로 나오면 배시시 웃음이 번지곤 했습니다. 케첩이랑도 찰떡!
『심야책방』의 문어모양 비엔나소시지 에피소드는 땐 괜히 더 반가워서 그 날은 일부러 비엔나소시지를 구워먹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굳이 사먹지 않게 되었네요.
비엔나소시지를 넣어 김밥 만들 생각이 든 건 출근길에 가끔 가는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 때문이에요.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한두 주에 한 번인데 이상하게 저한테 잘해주세요. 무료로 샷을 추가해주시기도 하고, 스탬프를 하나 더 찍어주실 때도 있어요. 커피를 내리는 동안 짧은 대화가 오가기도 하죠.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알게 된 건 그 분이 비엔나소시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일을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요새 크고작은 헤어짐이 있네요) 서운하다 싶은데, 온라인 장보기 추천상품으로 오뗄 블랙 스모크 비엔나가 뜨지 뭐예요. 어쩐지 신호같아서 하나 담았습니다. 그간의 호의에 대한 작은 인사로요. 같이 밥 먹을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만, 느슨하게 좋은 관계였으니까요.
프라이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 적당히 칼집낸 비엔나소시지를 굴려가며 구웠어요.
소시지나 연어처럼 특별하거나 맛이 진한 재료로 김밥을 쌀 땐 다른 재료의 비중을 줄이고, 주 재료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맛이 팍 터진달까, 아쉬움이 없거든요. 비엔나소시지김밥이라고 했으니 비엔나소시지를 충분하게 넣는 겁니다.
나머지는 김밥 싸는 것과 똑같습니다.
자 비엔나소시지김밥이 완성되었습니다.
하나만 먹어도 입안 가득 비엔나소시지의 풍미가 가득 찰 것같죠?
오델 블랙 스모크 비엔나 제주도산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데 과연 탱글탱글하군요.
더 맛있게 먹는 팁
먹을 사람이 매운 걸 잘 못 먹는다고 해서 이 김밥에는 시도하지 않았는데 겨자나 와사비를 살짝 바르면 더 개운하게 드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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