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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자고 하는 말

처음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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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의 아보카도데이

 

“이게 뭐고?”

“아보카도라는 거야.”

장바구니에서 아보카도가 나오자 엄마가 신기해합니다.

“뭐하는 건데?”

“그냥 잘라서 먹기도 하고, 밥 위에 올려서 먹기도 하고, 빵에 곁들이기도 해요.”

후숙 잘 된 아보카도라서 바로 칼로 반 갈라, 과육 잘 발라내서 슥슥 썰어서 식탁에 놓습니다.

“엄마, 드셔봐. 명란 있으면 같이 넣어 비벼먹으면 좋은데, 명란이 없네. 밥에 비벼서 간장 한 방울 쳐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데.”

엄마는 아보카도 한 조각을 집어 나물비빔밥에 넣어 대충 으깬 후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가십니다.

“혈당도 잡아주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대.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입맛이 워낙 까다로워서 괜히 조마조마해서 어디서 들은 토막정보를 늘어놓는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옵니다.

“고소하네.”

“어 그래요? 먹을만해요? 잘 됐네. 그럼 좀 드셔요.”

그렇게 엄마는 처음으로 아보카도를 드시게 되었습니다.

 

되짚어보니 엄마의 식생활에 작은 변화가 있습니다. 이모 추천으로 슬라이스 치즈를 하루에 한 장 드신다고 하기에 어쩐 일이야, 하며 소금이 적게 들어간 ‘우리아이첫치즈’도 보내드린 적이 있네요.(그동안 치즈는 느끼하다고 전혀 드시지 않았거든요)

또 이웃이 주고 간 스파게티 간편식도 짜장라면 끓이듯이 하면 되더라면서, 자주는 안 먹어도 한두 번은 먹을만하다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라면도 안 먹는데 그런 밀가루음식을 왜 먹어, 라고 하셨거든요)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자 권해도 비위에 안 맞다며 완강하게 거절하셔서 그런 시도조차 안한지 꽤 됐는데, 그런 사이 엄마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에게 아보카도 고르는 법과 먹는 법을 알려드리고, 아보카도를 모두 손질해서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장 갔더니 아보카도 있더라. 하나 이천원하더라. 비싸긴 비싸. 아보카도 모를 땐 이런 게 있는 줄로 몰랐는데 먹고 나니 아보카도가 잘 보인다.”

전화기 너머 엄마 목소리에 반짝임이 묻어났습니다.

엄마는 나와 함께 아보카도를 처음 먹었습니다.

엄마에게 ‘아보카도 처음’을 선물해서 참 좋습니다.

엄마가 어린 나에게 수많은 처음을 선물한 것처럼, 나도 엄마에게 사소하고 하찮지만 즐거운 처음을 계속 선물하고 싶습니다.

엄마의 처음에, 오래오래 내가 있고 싶습니다.

“엄마, 아보카도에 고춧가루 솔솔 뿌려 드셔봐. 그것도 신기하게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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