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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자고 하는 말

언제나 나의 현실을 살자_사바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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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 거짓 세상에, 이제 더이상 나는 없어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필터를 거쳐 보는 타인의 일상은 참 화사합니다. 생활의 고단함조차 뽀얗게 보이지요. 그에 비해 내가 가진 건 참으로 초라합니다. 여름마다 모기향을 못 쓰고(함께 사는 개 때문에) 물려가며 손으로 떼려잡은 피터진 모기자국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납니다. 그리고 비교하게 되죠. 화면 속 저 사람의 일상엔 이런 누추함은 없을 거라며.

<내일의 왕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미코 야치의 만화 <사바스 카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돈과 재능, 멋진 외모의 소년 다이가 주인공입니다.
부족할 것이라곤 없을 것같은데 다이는 정말로 불행해요. 어떤 순간에도,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을 돌봐 준 헌신적인 보호자, 켄의 죽음 앞에서조차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상처가 깊다 못해 돌 같은 아이였죠. 아무리 울고 싶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니,  그의 마음엔 얼마나 검은 어둠이 있는 걸까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이 매일이 회색인 사람, 엄마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온 것이 유일하게 그나마 해보고 싶었던 일. 자발적인 선택.

하지만 남들이 보는 다이는 그저 화사한 사람입니다. 근처의 소녀들 모두 다이를 흠모합니다. 다이가 구질구질하기까지 한 그들의 일상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죠.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게,  가족과 함께 옥신각신하는 그렇고 그런 나의 매일이라니요.

친구도 없이 외로운 섬같은 다이는 친구라는 존재를 알아가며 조금씩 달라집니다. 말간 얼굴 속에 얼음같은 마음도 조금씩 녹으며 스스로 행복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현실이 너무 힘들었기에, 다른 세상을 구축하고 그것을 게임으로 만들어 엄청난 부자가 된 다이는, 또다른 게임을 만들자는 제안에 이렇게 답합니다.

 

 

"기계만을 상대로 공상의 세계에서만 놀던 아이는 이제 없어요. 전 지금 제 발로 서 있어요. 이 현실 세계를... 이곳을 좋아해요. 지금에야 겨우 공상도 거짓도 필요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거운걸요."

 

인스타그램 속 반짝이는 사진에 흔들릴 때마다 다이의 말을 기억합니다.

나의 삶은 인스타그램 속에 있지 않아요.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죠.
다이가 자신의 현실을 사는 것처럼, 나도 내 현실을 몸으로 밀고가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어야 진짜예요. 있는 힘껏 나를 사랑하고 있는 힘껏 행복해져요, 다이처럼 두 다리로 땅을 단단히 밟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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