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좋자고 하는 말

이런 순간에조차 널 정말 사랑해

728x90

가족이란 무엇일까 _ 니코니코일기

딩동.

초인종이 울려 나갔더니 문 앞엔 어린아이가 큰 가방과 함께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이곳으로 가라고 했다면서. 알고 보니 그다지 기억이 좋지도 않았던 옛 직장상사뻘(직업 아이돌 출신 배우와 매니저 관계) 되는 사람의 숨겨놓은 딸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요.

아이가 머무는 몇 달 동안 (아마도) 충분한 사례를 하겠다는 아이 엄마 배우의 돈 때문일 수도 있지만, 차마 어린 아이를 내칠 순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 코바코 니코와 한 때 매니저였으나 지금은 만화 콘티 작가(후에 TV드라마작가로 일함)로 근근히 직업적 명맥을 이어가는 다카나시 케이의 어색한 동거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까요.

 

『니코니코 일기』는 일전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작가 오자와 마리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기 있는 만화기도 하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도 물론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나는 『니코니코 일기』를 그 때도 지금도 더 좋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두 주인공 수우와 농농은 피로 이어진 모녀지간이지만, 케이와 니코, 그리고 케이의 남자친구이자 남편이 된 코우 씨까지 생판 남이었으니까요. 남남 셋이 간절히 가족이 되길 원했고, 이별과 후회, 비밀이 들키는 가슴 아픈 일도 겪었지만 결국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니코니코 일기』를 읽는 동안, 사람들은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찾아갑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일상의 시간과 경험이 함께 할 때에야 비로소 더 큰 힘을 얻습니다.

시간은 결국 DNA보다 힘이 셉니다. 가늘고 길게, 천천히 끈질기게 아주 사소한 것을 장악하죠. 피보다 진한 시간의 힘은, 영화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내가 배운 건 사과와 용서였습니다. 가까운 사이니까 사랑하는 사이니까 남보다 더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이해해주겠지, 넘어가기 쉬운데 케이와 니코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깐 미안해. 언니가 일감을 하나 잃어서 화가 나 있었어. 어른스럽지 못하게. 하지만 기억해줘. 그런 때라도 니코를 많이 사랑해.”

“응, 달님도 비오는 날은 숨어버리잖아.” 

 

 

 

 

 

처음 『니코니코 일기』를 읽었을 땐 몰랐던 눈부신 장면도 발견했어요.

케이의 본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바(로 추정되는 개) 지로의 핵 귀여움입니다. 그 땐 개에게 관심이 없을 때라 지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니코만큼이나 사랑스럽네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낙첨 제비를 내가 뽑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래도 내겐 기회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친구라는 이름이든, 이웃이라는 이름이든 반려견 반려묘라는 이름이든 간에, 두 번째 가족은 내가 선택하고 가꿀 수 있습니다.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심지어 내가 화를 내는 순간에도 엄청난 사랑을 주는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개에게도 꼭 얘기하고 싶네요.

“서투르고 어른스럽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그런 순간에조차 널 정말 많이 사랑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