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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갓 지은 솥밥 한 그릇_맛있는 밥 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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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본다 지켜본다

집에 전기밥솥이 없습니다. 쿠쿠 쿠첸은 물론이고 요즘 유행하는 파스텔톤 작은 밥솥도 없습니다. 학생 시절, 밥솥 안에 누렇게 변해 먹을 수 없는 밥을 몇 번 만들고, 심지어 곰팡이까지 피는 사태를 겪은 후 밥솥 싹 정리하고 다시는 밥솥을 사지 않았어요.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걸 보는 게 괴롭고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뒷정리가 제일 싫었고요.

 

그 뒤로 밥은 냄비에 쭉 해왔습니다. 보통의 냄비죠. 국을 끓일 때도 쓰는 작은 냄비에 강불 – 중불 – 약불 - 뜸들이기 다 거쳤습니다.

지금은 좀 더 편해졌어요. 스타우브 냄비로 밥을 하거든요. 이제 강불 – 약불  뜸들이기 혹은 중불 – 뜸뜰이기로 과정은 좀 더 단순해졌고, 밥맛은 더 좋아졌습니다.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 많이 받는데 귀찮긴 해요. 그런데 밥솥에 밥을 해도 쌀을 씻어 불리고, 밥솥을 닦는 건 같잖아요. 밥이 되는 20분 정도 동안 신경을 쓰느냐 안 쓰느냐 그 차이만 있으니 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보온 기능이 없고 오래 그대로 방치하면 밥은 떡이 되었다가 끝내 상한다는 걸 아니까 뒷마무리까지 빨리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밥 한 솥을 하면 그날 먹을 한두 끼를 제외하고 냉동용기에 밥을 담아 얼립니다. 그러면 필요할 때 꺼내먹기 좋아요. 햇반의 냉동 버전이라고 할까요.

 

조선시대 말기, 대한제국 시절 이 땅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기록에는 조선인들의 밥 먹는 양에 깜짝 놀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사진으로도 본 적 있는데, 과연 어마어마한 양이긴 하더라고요. 확실히 밥이 주식이고, 국과 반찬은 밥을 먹기 위한 보조적인 음식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고요.

 

물론 요즘은 밥 없는 끼니도 많고, 특히 탄수화물 섭취는 점점 더 줄이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한식이라면 밥이 맛있어야 합니다. 밥만 맛있으면, 별 반찬 없이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요. 간장에 참기름만 두른 간장밥, 버터에 간장을 두른 버터간장밥도 결국은 밥맛으로 먹는 거잖아요.

 

 

여름 내내 더위를 핑계로(솔직히 핑계는 아니에요, 정말 더운데 가스불까지 쓰면 죽음) 햇반을 먹었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마음을 내어 솥밥을 짓습니다.

 

냄비밥, 솥밥의 보너스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누룽지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 불 조절을 통해 쌀 한 톨도 남기지 않는 100퍼센트의 밥도 가능하고 두툼한 누룽지를 얻는 밥도 가능해요. 

 

밥 맛있게 짓는 요령이요?

이다혜 님은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라는 책에서 맛있는 밥으로 유명한 일본 료칸의 비법을 이렇게 전합니다.

 

"쌀을 씻어 물을 적당량 넣고 불린다. 센 불에 올리고 끓는다 싶으면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인 뒤, '맛있는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구멍에 젓가락을 꽂아 막은 뒤 뜸을 들인다. 끝."

"옆에서 끓을 때를 봐 불을 줄이고, 밥이 다 된 냄새가 나면 불을 끈다. 맛있는 밥 짓는 비법의 전부다." 

 

 

 

맞아요, 맞아요. 저 말이 맞아요.

솥에 따라 구멍이 있고 없고 차이만 있어요.

 

솥밥을 짓는 건 나를 위해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이죠.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불 조절을 하고 뜸들이기를 기다리는 건 나를 돌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020년 햅쌀로 밥을 지었습니다.

집안 가득 맛있는 밥냄새가 퍼지네요.

 

 

 

더 맛있게 먹는 팁

쌀을 씻을 때 첫물은 재빨리 버리세요. 손으로 쌀을 씻는 건 나중에 하셔도 돼요. 쌀에 물 붓자마자 따라 버리고 또 물 붓자마자 따라버리고 두 번쯤 한 후 물을 받아 쌀을 씻으면 더 맛있는 밥을 할 수 있어요. 마른 쌀은 물기를 엄청난 속도로 흡수하는데 첫물을 받아 쌀 씻느라 오래 방치하면 쌀알에 붙은 먼지랄까 잡맛도 함께 흡수된다고 하네요. 혹시 첫물 받아 오래 쌀 씻은 분이라면 쌀 씻는 법 한 번 바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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