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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스프 조식 : 어묵국과 오이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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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래야 한다는 법 없잖아요 

친구에게 스프볼과 접시 세트를 선물받았습니다. 단정한 모양과 색깔이 참 마음에 듭니다. 당장 써보고 싶은데 집에는 인스턴트 스프가루가 없습니다. 버터에 밀가루를 볶아 루을 만들어 크림스프를 만든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아쉬운대로 누룽지나 밥을 끓여 죽을 담아도 되겠습니다만, 저는 죽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아, 그릇을 써보고는 싶고, 마땅치는 않고 궁리하다 이걸 담아보았습니다.

어묵국과 오이무침입니다.

 

 

어묵국은 끓이는 법을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간단하죠.

냉장실 혹은 냉동실에 멸치다시마 육수가 있다면 그걸 써도 되고 없으면 그냥 물이어도 됩니다. 저는 물에 언젠가 쓰지 않고 놓아둔 어묵탕용 스프를 아주 살짝만 넣었습니다. 물이 끓으면 적당한 크기로 썬 어묵을 넣고 대파를 듬뿍 넣은 후 한소끔 끓이면 됩니다. 국물 맛보고 간이 부족하면 간장 조금 더하세요.

 

오이무침은 할 수 없이 하게 됐어요.

김밥에 넣으려고 오이를 샀는데 취청오이였어요. 그런데 씨가 정말 너무나 굵고 큰 겁니다. 이 씨를 다 발라내고 나면(김밥에 오이를 넣을 땐 씨 부분을 제외한 단단한 부분만 넣는 게 좋습니다) 김밥에 넣을 오이가 연필심만해질 것 같아서 차라리 다른 것을 해먹기로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이무침입니다. 고춧가루+참기름+식초+통깨 조합의 새콤고소한 오이무침도 아니고 투박한 고추장 베이스의 오이무침입니다. 사실은 다른 반찬을 하고 남은 양념, 그릇도 닦을 겸 무친 겁니다.

 

그렇게 어묵국과 오이무침을 선물 받은 그릇에 담아봅니다.

그럴 듯합니다. 스프 대신, 크로와상이나 식빵 혹은 샐러드 대신 담은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처음부터 이렇게 먹으려고 했던 것처럼 맞춤합니다.

 

 

그렇군요.

어떤 것의 쓰임새를 미리 한정짓지 말아야겠습니다. 스프볼에 꼭 스프만 담으라는 법 없고, 빵 접시에 빵만 놓으라는 법이 없죠. 용도를 정해두고 딱 그것만 쓰는 것보다는 여기도 저기도 두루두루 쓰는 것이 작은 살림으로도 나름 풍성하게 사는 방법 같아요.

그릇의 쓰임새가 다양하듯이 나의 쓰임새도 한정짓지 말아야지 잠깐 생각했습니다.

이걸 잘하는 사람이 저것도 잘한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세상엔 이건 못해도 저건 잘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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