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기름을 묻히긴 싫어
연어초밥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연어초밥을 해먹는 건 꺼려집니다. 물론 솜씨의 문제도 당연히 있겠죠. 그런데 그보다 먼저 손에 미끄덩한 기름이 묻는 게 정말 싫습니다. 조리용 비닐장갑을 끼고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꾀가 납니다. 꼭 그렇게 먹어야 할까?
그래서 저는 생연어를 밥과 함께 먹을 땐 초밥이 아닌 덮밥으로 먹습니다.
하지만 이건 덮밥이라기보다는 흩뿌림초밥에 가까워 최면을 걸죠.
우리 말로 옮기면 흩뿌림초밥, 혹은 뿌림초밥 쯤 되는 지라시스시를 먹어본 적이 있어요. 초밥용 밥을 얇게 깔고 여러 종류의 생선과 해물, 달걀노른자 다진 것까지 빼곡하게 얹은 거죠. 지라시,는 우리가 '찌라시'로 알고 있는 그 말인데, 뿌린다는 정도의 뜻이래요.
그렇게 밑의 밥과 위의 생선, 혹은 해물, 혹은 달걀노른자를 함께 떠서 먹는 거죠.
지라시스시는 일본의 가정에서도 자주 해먹는 것 같아요.(책이나 만화에서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이 역시 손 버리기 싫은 마음, 밥과 생선의 미묘한 조화를 맞추기 어려운 솜씨를 커버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잖아요.
그래서 전 오늘도 오직 연어로만 지라시스시, 연어흩뿌림초밥이라고 우깁니다.
먹는데 바빠서 밥 간하는 걸 못 찍었는데요, 정식 초밥처럼 간을 하면, 또 일이 많잖아요. 전 그냥 간단히 하얀 쌀밥에 식초+미림 살짝만 뿌린 후 섞어요. 어차피 진짜 간은 와사비 간장으로 할 거니까요.
밥 위에 연어를 빼곡하게, 밥이 보이지 않게 포개가며 담습니다.
밥과 연어의 양을 잘 가늠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연어가 남으면 그나마 럭키인데 밥이 남으면 그야말로 간장밥을 먹어야 하거든요.
무순이 있으면 무순 정도는 올려도 좋은데, 무순이 없어서 케이퍼와 소스로 대체합니다.
자 이제 젓가락으로 연어와 밥을 적당히 소분해서 먹으면 됩니다. 연어를 살짝 벗겨 와사비 간장에 찍은 후 다시 밥과 함께 먹어도 되고, 와사비 간장을 쪼르르 뿌려가며 먹어도 됩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연어와 달큰한 쌀밥이 만나 행복해집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채 썬 양파와 연어는 언제나 잘 어울리지만 이렇게 생연어덮밥으로 먹을 땐 양파보다는 무순이 훨씬 더 낫습니다. 무순이 없다면 차라리 순정하게 연어의 맛을 즐겨주세요.
혹시 만약에라도 여력이 있어 초밥용 밥을 할 수 있다면 밥할 때 다시마 두세 조각 넣어 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미묘하게 감칠맛이 올라와 훨씬 맛있어요.
생연어가 아닌 훈제연어를 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습니다. 케이퍼를 곁들이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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