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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홍차 없는 밀크티, 붕어 없는 붕어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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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즉각적인 위로가 필요하지

한 때 밀크티를 정성스럽게 끓여 먹었습니다. 다즐링이나 아셈을 진하게 우린 후 밀크팬에 우유를 적당한 온도로 데우고 거기에도 찻잎을 넣어 맛과 향을 더했죠.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밀크티만큼은 달게 설탕 듬뿍 넣어 끓이곤 했죠.
밀크티를 끓이는 동안, 뭐랄까 조금은 호사스러운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 과정이 조금은 복잡한 만큼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한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홍차도 종류가 많고 지갑 걱정을 해야 할만큼 비싼 것도 많아서 즐거운 고민도 많았죠.
더이상 밀크티를 끓이지 않게 된 것 아마 회사 일로 너무나 바빴기 때문일 겁니다. 그 폭풍같은 시기가 지난 후에도 커피 드립쪽으로 완전히 정착했어요.

커피와 홍차를 굳이 비교하자면, 나에게 확실히 커피는 노동의 음료에 더 가깝고, 홍차는 휴식의 음료에 가까워요.
밀크티는 휴식 중 휴식, 여유 중의 여유랄까요.

요즘 나는 밀크티를 끓일 정도로 여유있지는 않습니다. 카페 밀크티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죠. 언젠가 내가 다시 밀크티를 끓일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걸 선물로 받았어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는데 카페에서 많이 쓰는 거라고 해요. 포모나 믹솔로지 시럽 브랜드의 스모키얼그레이 시럽입니다.

스팀우유에 이걸 적당히 넣으면 밀크티가 되는 거죠.
단골가게 카페 매니저 님이 이별 선물로 주었어요. 좀 놀랐어요. 그 카페에서 단 한 번도 밀크티를 마신 적 없는데 어떻게 이걸 주실 생각을 했을까요.
내가 사실은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딱 200ml 정도 남겨두었어요.
컵에 우유를 붓고 시럽 적당히 넣어(20ml쯤) 전자렌지에 데웠어요.
딱 1분. 그 시간만으로 홍찻잎 하나 없는 밀크티 완성입니다.
때로 이렇게 쉽고 즉각적인 위로도 필요한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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