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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자고 하는 말

일때문에 끼니를 소홀히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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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그릇 정도는 가지고 있자_까만 영양밥 미리 해두기

 

오늘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대문을 여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합니다. 사실은 하루 종일 참았던 눈물입니다. 일할 때 절대로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 터라, 남들 앞에서 특히 직장 사람들 앞에서는 보인 적 없는 눈물입니다. 이제 집에 왔으니, 괜찮다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울면 안 돼요. 내가 울면 걱정하는 동물가족이 있어요. 그 친구에게 제 감정의 찌꺼기를 묻힐 순 없어요. 다행히 마스크가 표정을 숨겨줍니다. 최대한 하던 대로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열심히 씻고, 일부러 더 과격하게 인사합니다. 얼굴은 안 보이게 손으로 우쭈주 하면, 그 친구는 해맑게 뛰며 장난감을 물어옵니다. 그렇게 몇 번 장난감을 던져주고 냉동실 문을 엽니다. 이 표정을 숨기려면 저녁 준비가 최고입니다.

 

냉동실 가장 잘 보이는 윗칸은 밥칸입니다. 밥 한 공기 분량씩 소분해서 보관한 밀폐용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맨 위의 것을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넣어 데워놓고, 냉장고에서 먹을 만한 반찬을 꺼냅니다.

이렇게 서러운 날, 그래도 2분이면 되는 따끈한 밥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햇반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직접 지은 밥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힘들수록 밥을 먹어야 합니다.

힘들 때일수록 내가 나를 챙겨야 합니다.

언제가 여유있던 내가 오늘 힘든 나를 돌봐주네요.

일(이라곤 하지만 일과 엮인 사람들이죠)이 힘들 때마다 생각합니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다. 일 때문에 속상해서 먹는 걸 소홀히 하지 말자. 

 

 

 

이 밥은 지난주 토요일 오전, 가장 느긋한 시간에 좋은 마음으로 지은 솥밥입니다.

이번엔 현미와 흑미, 엄마 김치 택배 구석에 있던 이름모를 서양 콩도 섞어 지었습니다.

현미나 콩은 멥쌀보다 익는 속도가 더딥니다. 함께 씻어 불려 밥하면 쌀은 과하게 익고, 현미나 흑미, 콩은 설익습니다. 귀찮아도 현미와 콩, 흑미 먼저 씻어 좀 불린 후 살짝 끓여주었습니다. 그 후에 쌀을 씻어 섞어 다시 밥을 했죠.

그런 수고 덕분에 밥은 정말 고슬고슬 맞춤하게 잘 되었습니다.

한 김 식혀 보관용기에 밥 한 공기, 한 끼 분량을 담았습니다. 아마 용기 하나당 270g이니 이 밥 한 그릇 200g쯤 될 겁니다. 완전히 식힌 후 뚜껑을 닫아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두었습니다.

월요일에 가장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가 목요일, 혹은 금요일이면 끝이 납니다. 간혹 더 빨리 떨어질 때도 있고, 주말까지 남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번주는 어쩐지 수요일쯤 끝날 것 같네요. 힘드니까, 힘들수록 매일매일 꼬박꼬박 매 끼니 꼭 챙겨먹을 테니까요.

 

 덧글. 밥 다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요. 걱정안하셔도 돼요. 충분히 좋습니다. 배고파서 더 그랬나봐요.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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