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편식하고 그래? 양배추볶음만 소복히 남았을 때
그럴 때 있잖아요. 뭔가 맛있는 게 나왔는데 그 중에 맛있는 건 딱 한 가지이고, 나머지는 별로 먹고 싶지 않을 때. 불고기라면 불고기만 먹고 싶지 양파는 굳이 먹고 싶지 않고, 장조림이라면 고기만 먹고 싶지 마늘이나 고추는 건져먹고 싶지 않고 뭐 이런 거.
어제 순대볶음을 했는데, 먹는 사람이 순대 중심으로 공략하는 바람에 양배추를 비롯한 채소볶음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이해합니다, 그 마음. 저도 그래요. 골뱅이무침 먹을 때 골뱅이만 먹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남은 걸 아 몰라, 하고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찬으로 밋밋하게 먹기엔 맛이 없을 것 같고. 어쩐다 어쩐다 하다가 잘 모를 땐 무조건 김밥입니다.
썩 마땅찮은 재료도 김밥에 넣어 말아먹으면 또 먹을만해지고, 그건 좀 맛없어도 다른 김밥속재료들이 열일해주니까 또 숨겨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양배추볶음김밥을 말아봅니다.
흩어지기 쉬운 재료는 밥 위에 맨 처음에 깔고 그 위를 흩어지지 않는 재료로 덮는 건 이제 다 아시죠?
김밥 말아서 썰어보았어요.
혹시 흩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단단하게 잘 말렸고, 예쁘게 썰어졌습니다.
솔직히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어요.
양배추볶음이긴 하지만, 들기름에 고소하게 볶은데다 어쨌거나 순대볶음에 있던 채소라 약간의 감칠맛도 있고요. 살짝 적절하게 익힌 김치볶음 맛도 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언제 한 번 이런 류의 볶음하게 되면 일부러 양배추 더 많이 넣어 김밥 말아먹어야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아시죠? 작정하고 김밥 말 거라고 양배추 볶으면 또 이 맛이 안 난다는 거)
다른 건 몰라도 양배추볶음이 이렇게 듬뿍 들었으니, 위에는 정말 좋겠네요.
역시 어른의 김밥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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