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짭조름한 위로
다시 월요일입니다. 심지어 이렇게 날씨도 안 좋은 월요일이라니. 월요일에 우울한 거 나만 그런가요. 아니라고 해줘요. 누구나 월요일은 우울하다고 해줘요. 우울하든 기분이 좋든 출근해야 합니다. 출근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려고 합니다.(네네 과장도 섞여 있어요. 뒤늦게 찾아온 감성 병맛)
아침부터 울 순 없잖아요. 그러니 눈물맛을 먹기로 합니다.
따뜻하고 짭조름한 걸 먹으면, 어쩐지 나 대신 울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먹은 힘으로 또 기분이 좋아져(이렇게 단순한 인간입니다, 내가) 어느새 말간 얼굴로 대문을 나서고 있거든요.
자자, 냉동실에서 새우를 꺼냅니다. (갑각류 알러지 있는 분들 어쩌나.)
잠깐 찬물 샤워 휘리릭 시켜주세요. 다 안 녹아도 됩니다. 냉동실의 새우는 덜 녹아도 안 녹아도 조리하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적어도 버터에 굽는 건 그랬어요)
가스렌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버터 좀 넉넉히 녹인 후 새우 열 마리 정도는 넣어주세요. (전 남은 새우가 아홉마리밖에 없어서)
새우는 잠씨 혼자 익게 두고, 샐러드 한 봉 찬물 샤워 시킨 후 물기 잠깐 빼고 볼에 담습니다.
새우가 워낙 잘아서 금방 익어요. 뒤집으세요.
노릇노릇 익어가는 거 보이시죠? 지글지글 살짝 과하게 익혀도 됩니다.
다 익었으면 볼에 담습니다.
전 블랙올리브 몇 알 썰어 후두둑 뿌려주었어요.
프라이팬에 남은 버터 국물도 같이 얹어도 맛있답니다.
보통 냉동새우는 물에 한 번 헹궈도 구우면 충분히 짜요.
그래서 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요. 소스 없이 새우와 채소를 한 번에 집어 우걱우걱 드세요.
따뜻한 새우와 아삭한 채소의 만남, 나쁘지 않아요.
샐러드니까 차게 먹어야 한다는 건 이상해요. 이렇게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따뜻한 눈물 맛이에요.
좀 다르게 먹는 법
- 꼭 소스가 있어야 한다는 분은 취향에 따라 소스를 뿌려서 드세요. 제가 택한 건 짠 기운이 없는 떠먹는 요구르트. 병에 남은 거 긁긁 긁어서 뿌리면 그야말로 단짠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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