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 업무시간에 먹자
모두 방구석1열로 여유로운 아침 보내고 있나요?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네요.
오늘은 임시공휴일, 휴일은 쉬는 날인데 이게 무슨 일이죠?
월요일 출근은 평소에도 힘든데 남들은 노는 날, 나도 놀거라 생각한 월요일 출근이라니 기분이 축축 처져서 땅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어요.
이 모든 사달은 8월 14일 회사 공지에서 비롯됐어요.
블라블라 말도 안 되는 이유 대체휴일 어쩌고 어린이날까지 끌어쓰더니 광복절은 해당사항 없으므로 8월17일 놀거면 너네 연차에서 깔 테니 연차신청하라는 것.
조용하던 사무실에 갑자기 급박한 자판소리. 여기저기 띵띵띵띵. 제 메신저 창도 몇 개가 열려서 미친 건가. 진짜 작은 회사 다닐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난리가 났습니다. 하아.
저도 물론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죠.
네네 나라에서 정한 임시공휴일 쉬어야 하는 의무 없는 종업원 300명 미만 회사니까요.
그럼 그냥 우리는 안쉽니다, 하면 되지 왜 되지도 않은 블라블라 어쩌고저쩌고 하아.
그 와중에 법 잘 지키는 좋은 회사 코스프레는 하고 싶었나봐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럽고 아니꼬와 연차를 쓰고 쉴 텐데 전 연차계 내러 가는 게 싫어 그냥 출근합니다.
이런 날 아침엔 꼭꼭 잘근잘근 오래오래 씹어먹는 게 좋죠. 꼭 회사에서 먹어야 해요. 회사 시간 그거 내 아침 먹으며 써주겠다 이거야, 정신이랄까.
수시로 담배 피우러 가고, 담배냄새 가득 묻혀 오고, 담배 핀 후 손도 씻지 않고(우웩!) 수시로 모여 시덥잖은 이야기하느라 시끄럽게 하는 높은 분들의 평소 행실에 비하면 자리에서 빵쪼가리 먹는 것쯤이야, 그게 업무시간이라도 뭐 대수라고 싶은 거죠!
그래서 고른 건 명란바게트. 주말에 리치몬드제과점에 가서 신중하게 고른 것이랍니다. (물론 다른 빵도 몇 가지 샀습니다)
저염명란바게트라는데 그래도 짜요. 그 짠맛이 바게트와 참 잘 어울린답니다.
맞아요, 사는 건 대체로 짜고 질긴 거 아니겠어요. 꼭꼭 잘근잘근 씹어야죠, 회사 대신 빵이라도. 대신 꼭 업무시간에!
그래서 오늘 출근길 식사는 심지어 먹기도 전에 씁니다! (평소애도 좋아하는 빵입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한 번 씹을 때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뭔지 모르게 거슬리게 살짝 따끔하다 상상하면 좋아요. 발견하지 못한 곳에 작은 가시나 거스러미가 있어서 짜증나게 신경쓰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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