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런 건 겨울에 좀
가끔 엄마의 택배박스를 받는데, 그 때마다 꼭 놀랄 일이 생깁니다. 의외의 것이 들어있거든요. 꽁꽁 언 PET 병에 든 정체모를 액체. 한약인지 양파즙인지 배즙인지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반쯤 녹은 파우치. 때로는 도대체 이게 왜? 싶은 것도 들어있어요. (쑥떡이라거나 쑥떡이라거나 쑥떡이라거나) 엄마한테 물으면 어? 너 그거 좋아하지 않아? 이러시기도. 시침 뚝 떼시는 건지, 정말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시는 건지.
멸치+다시마 육수는 10분이면 만들어요. 그것도 귀찮으면 맹물도 괜찮아요.
냄비에 멸치다시마육수 반 정도 붓고 된장 두 숟가락, 홍고추 1개, 청양고추 2개 가위로 슥슥 잘라 넣은 후 고춧가루 찹찹찹 뿌려요.
가스불 켜고 된장 잘 푼 후 시래기덩어리를 넣습니다.
반쯤 얼어 있어도 괜찮아요. 어차피 오래 끓일 거예요. 국물 팔팔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뭉근하게 끓입니다. 별다른 기술은 필요없어요. 시래기가 금방 부드러워지진 않아서 최소 10분 정도는 더 끓여야 해요.
국물이 절반쯤 줄면 시래기 건져 맛보세요. 원하는만큼 부드러우면 불 끄시면 돼요.
시간은 10분 이상 걸리지만, 만드는 건 참 쉬워요. 심심하면 심심한대로, 짭짤하면 짭짤한대로 맛있어요.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삶은시래기 흔하게 파니까 한 번 시도해보세요. 시골밥상 받는 것같은 구수한 맛 좋아요.
근데 엄마, 이런 건 날 좀 선선해지면 보내도 되는데. 아 넵! 감사합니다. 땀 좀 흘리고 개운하게 샤워하라는 큰그림의 배려.
전날 밤 만든 시래기지짐에 밥 한 그릇, 어쩐지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출근하는 것같아서 기운이 나네요.
더 맛있게 먹는 팁
- 된장 국물 애매하게 남으면 버리지 말고 두부 반 모 넣고 팍팍 부수면서 졸이듯 볶아드세요. 양파나 당근, 실파 있으면 종종 썰어 넣어도 좋지만 없으면 안 넣어도 돼요. 먹기 직전 참기름 한방울. 시래기 영양분이 듬뿍 녹아난 맛있는 국물이라 색다른 맛의 두부된장조림이 돼요. 밥 볶는 것과는 다른 매력. 반찬으로도 좋고 심심하니 그냥 먹어도 좋아요. 연두부 순두부 말고 모두부 부숴야 식감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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