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기술 하나는 배우고 싶다
엄마는 냉동실 신봉자입니다. 엄마 집 냉장고, 특히 냉동실을 열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낙석주의 팻말이라도 붙여놓아야 할 것 같아요. 때로는 그릇째, 때로는 봉지째, 때로는 소쿠리가... 열고 있어도 무엇인지 모르고, 심지어 보고 있어도 무엇인지 모릅니다.
내가 보기엔 거대한 얼음덩어리 같은 이곳이지만, 엄마는 착착 잘만 찾습니다. 도대체 형체가 똑같아보이는 저 검정봉다리가 굴인지, 도미인지, 미역인지 어떻게 아는 걸까요?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하는 미스테리이겠죠.
엄마 김치 택배를 받았습니다. 네네 드디어 김장을 하셨습니다. 굳이 지금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그렇습니다, 전 생김치를 즐기지 않아요. 딱 김치를 버무릴 때 바로 먹는 것외에는 모든 김치는 익혀서 먹습니다) 늘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엄마가 보내고 싶을 때 택배가 도착합니다.
김치겠거니 했는데, 뭔가 또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나물이네요. 고사리 나물은 평소에도 즐겨 해드시는 것이지만(그렇습니다. 저 고사리는 엄마가 산에서 뜯어서 씻어서 데쳐서 말린 것입니다) 콩나물에 박나물까지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 했는데, 어머나 이건 추석 차례상에 올라간 그 나물이 아닙니까.
설마, 설마. 그 때가 언제야. 이제 곧 설이 다가오고 있구만.
택배 잘 받았다는 인사 겸,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엄마, 그 나물 말이에요. 추석 때 볶은 거예요?"
"그럼. 도착하니 다 녹아서 먹기 좋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엄마 말대로 과연 흐물흐물한 것도 없이 정말 맛있었거든요.
엄마 냉장고도 흔하디 흔한 양문형, 심지어 오래된 냉장고인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죠?
비결이 뭘까 잠깐 생각해봤는데요,
엄마는 딱 녹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나물을 종류별로 찬찬히 잘 담아서 국물도 조금 붓고 그대로 얼리시는 것 같아요. 먹을 땐 그대로 냉장실로 옮겨 해동해 바로 먹는 것이죠. 한 번에 많은 양을 얼리지 않고 딱 한두 번 먹고 말 정도만 한 팩에 얼리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지, 1박2일 걸리는 택배 상자에서 나물은 어제 한 것처럼 맞춤하게 녹아 맛있었습니다.
덕분에 또 이렇게 맛있는 나물비빔밥 한 그릇 뚝딱했습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제사상에 오른 나물은 고추장을 거의 넣지 않고 나물만으로 비비는 게 어쩐지 더 맛있어요. 혹 간이 부족하다면 간장 조금 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출근길도 든든하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뜻한 된장국_소박한 일식일찬 (6) | 2020.12.28 |
---|---|
착착 쌓으면 맛있다_햄치즈양상추샌드위치 (6) | 2020.12.25 |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_버섯새우샐러드 (4) | 2020.12.20 |
오이지무침_소박한 일식일찬 (3) | 2020.12.19 |
채소 듬뿍 참치샐러드비빔밥 (3) | 2020.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