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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명란젓 _ 소박한 일식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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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하나에 참기름 쪼르륵 참깨 톡톡

골고루 먹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한 끼에 여러 가지 반찬을 한 번씩 먹으면 당연히 골고루 먹는 거겠죠.

그런데 한 끼에 한 가지 반찬으로 맛있게 먹고, 다음 한 끼는 다른 반찬으로 맛있게, 그 다음 한 끼는 또 다른 반찬으로 맛있게 먹어도 비교적 골고루 먹는 게 아닐까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받을 때부터 일식일찬은 익숙합니다. 물론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엔 예닐곱가지의 반찬과 국이 있었지만, 편식하던 그 시절 제가 먹는 반찬은 한두 가지 뿐이었거든요.

고기가 들어간 국도 전혀 입에 대지 않아서 국 없이 밥 먹는 날도 많았고, 그 습관이 지금도 이어져 국 없이도 밥 잘 먹습니다. 국 없이 밥 먹는 게 소금도 덜 섭취해서 건강엔 좋은 습관이라는 건 어쩌다 생긴 덤같은 것이지만요.

 

그래서 전 별 반찬 없이도 밥을 잘 먹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초라하다고 느낄 밥상도 전혀 초라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밥과 김치로만 먹을 때도 있고, 여기에 김이라도 하나 있으면 더 좋고요. 밥과 계란말이, 밥과 멸치볶음, 밥과 숙주나물, 밥과 두부부침 무엇이든 그 때 그 때 맛난 반찬 한 가지면 됩니다.

 

일식일찬을 하면 한 가지 반찬, 그 맛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고 맛이 섞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밥 위에 반찬 하나 얹어 꼭꼭 씹다보면 여러가지 반찬을 먹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맛의 세밀한 부분도 느낄 수 있어요.

 

일식일찬을 하면 설거지 거리가 별로 없는 것도 좋아요. 바쁜 아침엔 설거지 그릇 하나 줄어드는 것도 큰 도움이거든요. 

 

오늘 출근길 일식일찬은 명란입니다.

요리랄 것도 없어요. 냉동실에서 명란 한 줄 꺼내놓고 씻고 오면 사르르 녹아 있습니다.

가위로 무심하게 툭툭 토막을 내고 고소한 참기름 쪼르륵쪼르륵 명란 처음부터 끝까지 넉넉하게 뿌린 후 참깨 톡톡.

전자렌지에서 데워지고 있는 햇반만 더하면 한 끼 뚝딱입니다.

따뜻한 밥 위에 명란 한 조각은 <<흰 쌀밥 위에 스팸 한 조각>>보다 훨씬 더 맛있습니다.

 

오늘 아침도 거르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내가 나를 잘 돌보고 있습니다.

혹시 냉장고를 뒤져도 별 반찬이 없다면, 김치 하나라도 정갈하게 잘라 예쁘게 담아 드세요.

따뜻한 밥과 함께면 반찬 한 가지라도 충분합니다. 소박한 일식일찬, 그 기쁨은 작지 않습니다.

 

 

 

 

 

 

작은 정보

저는 덕화명란을 자주 사먹습니다. 저염이기도 하고 가격 대비 질이 좋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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