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에 넣는 채소가 정해진 건 아니잖아
여러 번 다짐해도 잘 안 고쳐지는 게 있습니다. 일단 구입한 재료는 맛있을 때 알뜰살뜰 버리는 거 없이 다 먹고 싶은데 그게 또 잘 안 됩니다. 제일 많이 시기를 놓치는 것이 샐러드용 생채소예요. 파 양파 고추 등은 한 번에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면 되고, 시기에 따라 꽤 오랜기간 보관도 되지만 생으로 먹는 샐러드용 채소는 아차 정신줄을 놓으면 바로 시들시들해집니다.
오늘도 냉장고 채소 칸에서 샐러드 채소 두 봉지를 발견했습니다. 왜 내가 이것을 놓쳤단 말인가. 소스를 뿌려 샐러드로 먹기엔 상태가 메롱이고, 그렇다고 차마 버릴 순 없어 고육지책을 짜냈습니다.
길거리토스트 만들 때 달걀에 양배추 넣는 것처럼, 샐러드 채소 한 번에 다다다 대충 다져서 달걀에 넣어 익히기로 한 것입니다. 양배추나 양상추나, 적겨자나 적채나 거기서 거기겠지, 샐러드용 채소라고 생으로 먹으라는 법이 어딨어! 한 것이죠.
채소가 양이 꽤 많아서 달걀 세 깨 깨넣고 소금도 찹찹찹.
열심히 대충 저어 달걀물을 만들었습니다.
프라이팬에 차라라 부었습니다.
적채 때깔보소. 이렇게 보니 또 상당히 예쁩니다.
달걀도 세 개이고 채소도 상당한 양이어서 직경 30센티미터 대형 프라이팬인데도 두툼하게 펼쳐집니다.
자 뒤집기!
아차차 너무 두꺼워서 실패했지만 괜찮아요. 맛으로 먹지 모양으로 먹나요. 저는 달걀 반숙을 싫어해서 잘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뭐 이정도면 쓸만하잖아요.
잘 뒤집었으면 모양내어 오믈렛처럼 먹어볼까 했는데, 저따위로 뒤집혔으니 김밥에 넣기로 합니다.
(김밥 몇 줄 싸고 절반은 케챱 찹찹 뿌려 먹었는데 맛있어요. 촉촉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고 은근 든든해요)
그 와중에 또 초점이 나간 사진.
아아 음식 만들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거 정말 내 타입 아닙니다.ㅋ
어머나, 이것보세요.
막상 김밥으로 말아놓으니 은은하니 색이 곱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봅니다. 예쁘네요.
물론 맛도 좋습니다. 채소가 듬뿍 들어서 달걀지단이 촉촉해요. 목넘김도 좋고 식감도 좋아요. 생채소가 줄 수 없는 달큰한 맛도 있고요.
버릴 뻔했던 샐러드 채소가 이렇게 변신하니 기분이 좋네요. 달걀 속에 어떤 채소라도 넣어서 구우면 된다는 교훈 하나 얻고 갑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냉장고 속 재료를 수시로 점검하고, 제 때 제 때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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