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게 된 엄마의 지혜
엄마는 가끔 밥을 볶아 김밥을 말아주셨어요. 김치를 종종 썬 김치볶음밥, 양파와 당근만 넣고 간간하게 깨끗하게 볶은 채소볶음밥이 제일 많이 등장했지만, 아주 가끔은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빈 양념비빔밥으로 김밥을 말기도 하셨죠.
이렇게 볶음밥이나 양념밥을 넣은 김밥의 특징은 김밥속이 살짝 부실하다는 거. 어묵과 단무지, 달걀만 있기도 했고, 아주 가끔은 김치와 달걀 뿐이었던 적도 있어요.
하얀 쌀밥에 색색들이 재료가 곱게 들어있는 김밥도 물론 맛있었지만 가끔 이런 변형 김밥도 전 좋았어요. 짭조름하고 기름진 것이 간이 잘 밴 것도 좋고, 어쩐지 별식 먹는 기분도 들었거든요.
엄마는 알고 계셨던 거죠. 김치볶음밥에 달걀 프라이 올려 김이랑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기분이 다르다는 걸. 볶음밥은 그냥 볶음밥이지만 김밥은 어쩐지 설레는 음식이라는 걸. 반찬이 없어도 아이가 밥 잘 먹으려면 김밥만한 게 없다는 것도요.
양념밥김밥은 어쩐지 김밥 한 줄 통으로 들고 뜯어먹는 게 더 맛나서 그렇게 먹은 적도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삼각김밥도 좋아하는데, 엄마가 아주 가끔 해주던 그 양념김밥이랑 비슷하거든요.
양념밥김밥은 살짝 그리운 맛이라 가끔은 부지런을 떨어 밥을 볶아 굳이 김밥을 말아먹기도 합니다만, 오늘은 냉동밥을 이용했습니다. 낙지가 거의 없는 비비고 낙지덮밥 한 봉지 남았거든요. 그냥 먹긴 아쉬워도 김밥으로 말면 또 별미아니겠습니까. 어차피 낙지는 별로 없으니 김밥 말 때 거슬리지도 않고요.
자자, 김밥을 말아봅니다.
김밥속 재료는 단무지와 당근채가 전부네요. 괜찮아요. 달걀이나 하나 넣을까요. 이거 하나 말자고 달걀 풀어 지단 만들 필요 없습니다. 달걀프라이해서 당히 잘라 넣었습니다. 이미 밥에 간이 충분하니 김밥속을 너무 풍성하게 채우지 마세요. 짤 수 있어요. (다행히 당근을 심심하게 볶아두었습니다)
조르륵 말아 먹으면 안 맛있을 수 있나요.
김밥 채로 우걱우걱 먹고 싶었지만 사진 찍어야 해서 참았습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냉동 김치볶음밥이나 채소볶음밥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양념김밥을 만들 수 있어요.
- 곤드레나물밥이나 취나물밥을 이용하면 따로 나물 무쳐 넣지 않아도 훌륭한 나물김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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