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좋자고 하는 말

다정할 수 있을 때 한껏 다정해야지

728x90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어

 

 

자주는 아니어도, 뜸하다 싶으면 누군가가 볼까 해서 만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서로 안 지도 10년쯤 되었네요. 생각해보면 소중한 인연입니다.

2019년 연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가까이 두고 당연한 듯 음식을 나눠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송년회 이후, 우리는 꽤 오래 만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송년회 장면이에요. 

 

네 어쩌다보니 2020년이 되었고, 코로나19가 일상 깊숙한 곳에 와 있었으니까요. 친구들은 모두 조심성도 많고 배려심도 많은 터라 그야말로 집과 회사만을 오가며 각자 지냈습니다.

그렇게 오래 오래 참다가 코로나가 좀 진정되고,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사람들 마음도 좀 푸근해졌을, 아주 짧은 그 시기에, 우리는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 주 내내 조금은 들떠서 지낸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 저는 이런 꾸러미를 준비했어요. 보면 웃음이 나는 사소한 것들입니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니까 비말차단 마스크, 마스크 쓰느라 예민해진 피부를 위한 팩, 스트레스 및 통증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해주는 아로마 롤온, 작은 상처에 붙일 수 있는 밴드를 넣었습니다. 이건 제가 친구들에게 줄 요량으로 넉넉하게 산 것이고요, 네네 맞아요. 건어물. 생뚱맞은 건어물은 부산 사는 지인이 맛있다고 보내준 아귀포인데요, 이것도 한 마리씩 넣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넣으면서 이 사람들이, 이 만남이 내 일상에 얼마나 윤기를 주는지 새삼 알겠더군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오늘도 만나서 좋았어, 심상하게 넘길 수도 있었겠지요.

그 때 생각했습니다. 다정할 수 있을 때 한껏 다정하자고. 표현할 수 있을 때 한껏 표현하고 만날 수 있을 때 기쁘게 만나자고요. 나의 다정함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요.

쿨한 것도, 느슨한 관계도 그야말로 ‘쿨’하고 ‘힙’하지만, 내가 억지로 ‘쿨’하고 ‘힙’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날 그 자리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꾸러미를 받은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습니다. 뭘 이렇게 소소한 것을 선물이랍시고 줘도 될까 망설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날 이후, 우리는 또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친구는, 내가 씻어 약속된 장소(계단)에 둔 햇반 그릇을 챙겨가면서도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비대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조만간, 곧, 만날 수 있겠죠. 그리운 마음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얼굴 볼 수 있을 때 한껏 다정할 겁니다.

그 때는 이 말도 할 거예요. 

“정말 보고 싶었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