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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자고 하는 말

네가 가르쳐 준 무심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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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에서, 안녕하는 기쁨

새벽 산책을 할 때 주의하는 게 있습니다. 거리나 공원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관심입니다.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아 어쩌고 해봐야 어차피 침입자 혹은 낯선 이의 낯선 목소리일 테니까요. 설사 아주 귀여운 녀석이 있더라도, 아기 고양이 꼬물이를 보더라도 꾹 참고 절대 모른 척, 걸음걸이의 변화 없이 나는 관심이 없어,의 자세로 지나갑니다. 혹시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그쪽을 보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를 가르쳐준 건 같이 사는 친구 입니다. 친구는 길에서 만나는 개나 고양이, 비둘기나 참새에게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나는 너를 불편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라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긴달까요. 그러니까 너도 네 할 일 해, 나한테 신경 꺼, 나도 여기 있다가 지나갈거야, 뭐 이런 식이죠.

너와 나 사이에 개체거리를 유지하자, 는 것 참 좋잖아요.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보면 그들은 우리의 존재에 대해 익숙해집니다. 잠깐 숨었다가 다시 나오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태연하기도 합니다. 때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날라치면 먼저 알은 체를 하기도 합니다. 어디서 미야옹, 하고 부르기에 기쁜 마음으로 안녕, 인사한 적도 있죠.

 

이 고양이들은 엄마와 아들인데요, (작은 고양이가 엄마예요)동네의 고양이쯤 되는 존재들입니다. 주차장 한켠에는 집도 있고요, 길 건너 카페 사장님은 밥과 간식, 물을 챙겨주시고 심지어 캣타워에 장난감도 카페 앞에 설치해주셨죠.

 

 

사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못받아서 초상권은 보호.

 

이 엄마 고양이가 산책길에 우릴 보면 먼저 인사하는 살가운 친구입니다.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예요. 간식만 쏙쏙 빼먹는 귀여운 편식쟁이인 걸요.

그럼 우리는 적당히 다가가 안부를 묻고 또 각자의 길로.

 

그렇게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둔다는 걸 알아서인지 저렇게 밥도 편하게 먹어요.

너는 내게 무해한 존재니까 도장 콱 찍어주는 느낌.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여서 사진으로 남겨두었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무해하게, 안부를 묻고 만나면 반가운 적당한 거리,를 같이 사는 친구에게 배웁니다. 무례함이 묻은 일방적인 관심보다는 무심한 예의가 훨씬 더 좋습니다.

이 때도 가까이 있으나 가까이 있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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