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차곡차곡 스미고 스미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반찬가게에서 양념게장 한 팩 사서 그 양념 아까워서 양념새우장 만든 거요. 네네, 맞아요. 양념새우장은 다 먹었는데 양념이 당연히 남았습니다. 이제 양념돌려먹기의 마지막, 두부조림을 하면 됩니다.
시장에서 산 양념꽃게장 – 내가 만든 양념새우장 – 내가 만든 두부조림 이 사이클에서 정말 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부조림이에요. 꽃게와 새우, 각종 채소에서 우러난 맛이 차곡차곡 두부에 스미어 참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그래서 두부조림을 만들 땐 좀 더 시간을 씁니다. 더 맛있게 먹으려고요.
두부 큰 것 한 모를 적당히 잘라 들기름에 지지세요. 두부는 물기가 많아서 센 불에 구워도 쉽게 타지 않습니다. 살짝 바싹하다 싶을 정도로 굽는 게 더 맛있습니다. 두부를 지지지 않고 양념장 묻혀 바로 졸여도 됩니다만, 확실히 맛 차이가 납니다. (시간이 없을 땐 이 과정을 생략하되 먹기 직전 참기름 약간 꼭 두르세요)
양념게장, 양념새우장을 거친 양념에 고춧가루 약간, 간장 약간(진간장이나 시판조림간장), 물 약간을 더해주세요.(졸이려면 양념이 자작해야 합니다. 물의 양에 너무 구애받지 마세요. 많이 넣어도 그 물 다 날아갈 때까지 조린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잘 눌어붓지 않는 냄비를 골라(졸이는 동안 뒤적이지 못하니까요) 양념장 한 번 깔고 두부 가지런히 놓고 또 양념장 바르고 또 두부 가지런히 넣고 차곡차곡 쌓는 기분으로 놓으시면 됩니다.
(전 냄비 선택 아무 생각 없이 했다가 다시 바꿨답니다. 허당허당)
우선 센불에 끓이세요. 양념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중불에 끓입니다. 국물이 적당히 졸았다 싶으면 불을 끄면 됩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조림을 할 땐 양념이 스밀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약간의 여유가 된다면 적당히 졸아들었을 때 불을 끄고 삼십분쯤 그대로 두세요. 끓느라 스미지 못한 양념이 스며드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후 다시 불을 켜고 짧게라도 다시 졸여주면 정말 맛있는 조림이 됩니다. 이 과정을 있고 없고의 차이는 꽤 크답니다.
- 양념장에 물만 부어 두부조림을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이 양념장으로 만든 두부조림은 간을 심심하게 해서 반찬이 아닌 한그릇 요리처럼 먹어도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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