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없어도 채소 없어도 괜찮아요
샌드위치에는 짭조름한 햄과 아삭아삭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양상추가 없어서, 햄이 없어서, 치즈가 없어서 샌드위치 만드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꼭 그럴 필요 있을까요? 사 먹는 샌드위치면 당연히 속이 푸짐하게 들어가야 맛이지만, 집에서 만들어먹는 거라면 재료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요.
냉장고를 뒤져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채소나 김치 하나만으로 밥을 볶아도 맛있는 것처럼, 샌드위치도 그때그때 있는 재료만 넣고 만들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었다는 샌드위치 백작도 편의성과 시간절약보다는 재료소진에 더 초점을 두었을지도 모른다고 우겨봅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맛있는 샌드위치 핵심은 빵이에요. 빵만 맛있어도 85점은 따고 들어가요. 맛있는 빵은 평범한 속도 돋보이게 해줍니다. 아니, 맛있는 빵일수록 한두가지 재료만 넣는 게 더 좋은 듯해요.
맛있는 아침을 위해 제가 고른 건 브로첸(브뢰첸).

독일 식사빵인 걸로 알아요. 햄 치즈 등을 간단하게 끼워 먹기 좋습니다. 이 브로첸은 제가 사랑하는 리치몬드제과점의 것. 잘 밀봉해 냉동보관했다가 먹기 한두 시간 전에 실온에 두면 그 맛을 유지할 수 있어요.
(빵 보관법 다 아시겠지만 큰 덩어리면 미리미리 잘라서 밀봉해서 냉동실. 먹을 때 자연해동. 빵은 절대 냉장실에 두면 안 됩니다. 하루 이틀 안에 다 먹을 만큼의 양이라면 냉장실보다는 차라리 실온이 나아요. 그 때 그 때 먹을만큼 사면 제일 좋긴 하지만, 맛있는 빵집에 마음 먹고 갔을 땐 또 언제올지 모르니 쟁여두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습니까)

빵을 반으로 갈라 속을 대충 손으로 파고 마요네즈를 척척 발라놓습니다. (햄과 치즈 등 비교적 균일하고 얇은 두께의 샌드위치 속이면 굳이 빵을 안 파내도 됩니다. 파낸 빵조각? 벌써 제 입에 있죠. 그냥 먹어도 얼마나 맛있다고요.)

치즈 한 장 얹고 구운 새우를 양쪽에 잘 놓아요. 넵! 집에 햄 한 장 없네요.

사실은 양상추 한 장, 양배추 반 통, 오이 하나도 없어요. 대신 오이피클은 있으니까 얇게 저며 올려준 후 빵을 잘 덮고, 먹기 좋게 반으로 자르면 됩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브로첸은 그냥 먹어도 참 맛있는 빵이에요. 날이 좀 선선해지면 따끈하게 스프 끓여 스프에 찍어드셔보세요. 손으로 슬슬 찢는 재미도 좋아요. 바게트보다 껍질도 속도 훨씬 부드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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