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개운하게 밤엔 가볍게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선득해서 일찍 눈을 떴습니다. 슬쩍 으슬하네요. 이럴 땐 라면입니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엄마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지만 아침이야말로 라면 먹기 딱 좋은 시간 아닌가요. 어쩐지 칼칼한 목을 타고 면발과 함께 따끈한 국물이 뱃속으로 퍼지면, 크와와 아이고 속 풀린다, 아직 덜 깬 정신도 깨고요. 어제의 불쾌한 감정찌꺼기까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아침이라 자극적인 걸 먹기 부담스럽다면 풀무원 생면식감 생라면이 최고입니다.
(저는 "매운맛 못 잃어서" 라면 순한맛은 라면으로 안 칩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식감으로, 쫄깃한 생라면 같은 면말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라면을 몇 번 먹어보지 않아서 생라면이 그렇게 쫄깃했던가? 살짝 의아했어요.
어쨌거나 5분이면 근사한 한 끼가 되겠죠.
양은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여보아요.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그런지 총중량도 다른 라면에 비해 살짝 작고, 칼로리도 낮습니다.
(보통 다른 라면이 120그램 아니었나요?) 양이 적으면 어쩌지, 살짝 쫄았습니다.
라면을 끓일 땐 나름 스피드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중간 과정은 없습니다.
라면 물 끓이면서 양파 반 개와 냉동실 대파 약간 같이 넣었고요, 숙주 한 웅큼도 함께 넣었습니다.
날씨때문에 채소값이 비싼 와중에도 숙주나 콩나물 가격은 그대로! (왜 콩나물이 아니고 숙주인지는 뒤에)
이 라면엔 건더기 스프가 없어요. 깔끔하게 국물 스프 뿐입니다. 이 스프 안에 건더기가 함께 들었대요. 매운맛 정도를 보기 위해 별도로 고춧가루를 넣진 않았는데, 맵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양파와 숙주 때문에 매운맛이 눌렸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간이 센 편은 아니고(매운 건 좋아하지만 짜고 단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라면엔 꼭 김치를 곁들이기 때문에 평소엔 스프를 조금 남기고 넣는데요, 이번은 짜기 정도를 보려고 스프를 다 넣었어요.
그런데도 국물이 짜지 않네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박박 긁어먹었습니다. 라면 국물을 끝까지 먹은 건 오랜만입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답게 정말 기름기 한 점이 없네요. 맑은국인줄.
풀무원 생면식감 매운맛은 국물이 잡맛없이 정말 깔끔합니다. 끝까지 맛있네요.
채소를 듬뿍 넣어서인지는 몰라도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요, 면발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아주 쫄깃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더 맛있게 먹는 팁
라면에 콩나물을 넣어드시는 분들은 많은데 숙주를 넣는 분은 잘 없는 것 같아요. 국물맛을 좋게 하는 한수는 숙주입니다. 쌀국수에 숙주 넣는 거 익숙하시죠?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숙주 한 줌은 라면 끓일 때 같이 넣고, 숙주 한 줌은 다 끓인 라면 위에 올려서 먹을 때 국물 속으로 숨기는 겁니다. 향신료 없는 쌀국수처럼 국물도 시원하고, 아삭아삭 씹는 맛도 정말 좋아요. 콩나물과 달리 비린내도 거의 없어서 손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남은 숙주는 굴소스에 볶아 밥 위에 올려 숙주덮밥으로 드세요. 맛이 색달라요. 보통은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돼지고기숙주볶음으로 많이 드십니다만, 숙주만 볶아도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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