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도 먹고 김밥도 싸고
산책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새벽산책이든 낮산책이든 밤산책이든 말이죠. 마스크를 끼지 않고 걸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마스크를 껴도 덥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밤산책보다 새벽산책이 몸 건강, 마음 건강, 호주머니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새벽산책길에는 열려 있는 가게라곤 기껏해야 편의점인데 밤산책길에는 두 걸음마다 하나씩 맛있는 게 보입니다. 만둣집 지나서 핫도그, 핫도그집 지나서 닭강정, 닭강정 지나서 떡볶이, 떡볶이 지나서 빵집.
꼭 그렇게 먹을 거 가득한 길만 가게 됩니다. 참다 참다 참다 결국 못 참고 무언가를 사서 오게 되죠. 어느 날은 떡볶이였다가 어느 날은 아이스크림, 어느 날은 과자, 어느 날은 오징어튀김. 진짜 많이 참으면 과일.
이럴 거면 밤산책을 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산책 파트너의 기분에 따라 새벽 혹은 밤이 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합니다. 네네, 선택권은 제게 없어요.
언제 산책할 것인가, 산책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저로서는, 야식 메뉴라도 내 맘대로 할 테야, 라는 마음으로 매번 야식을 사곤 하는 것입니다.
어제 밤산책 후 홀린 듯이 사 온 건 양념어묵입니다.
떡볶이와 양념어묵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그래 오늘은 어묵이 더 먹고 싶네. 대신 양념떡도 하나 추가하면 되지, 이런 계산을 끝낸 것입니다. 먹고 가는 건 하나만 먹어도 되는데 포장하는 건 5개 이상부터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길에서 먹는 거, 마스크를 내리는 거 정말 조심스럽죠. 솔직히 1인분 포장 못 먹을 양도 아니고요.
양념떡 하나 700원, 양념어묵 하나 600원 총 3100원의 행복.
가위로 떡 착착 잘라 한 입.
아니 남들은 보기좋게 먹기좋게 클로즈업도 잘 하더만, 나는 왜 이렇게 흐려지는 것이냐.
여튼 굵은 가래떡 쌀떡 양념은 언제나 맛있어요. 많이 퍼진 떡볶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쫀득함. 하나 순삭.
이제 양념어묵 4개만 남았습니다.
충분히 익어 부들부들 흐들들한 어묵에 매운양념 소스가 콸콸콸. 향긋한 대파가 뿌려진 것이 더욱 맛있죠.
네네, 아는 맛, 무서운 맛.
양념어묵 4개쯤 싹쓰리가 어렵겠습니까만, 참고 참고 또 참아 한 꼬지 남겨두었습니다.
다 먹는 건 그래도 너무하지 않니, 이미 저녁 그득하게 먹고 사과 2알 깎아먹고 감자칩까지 먹지 않았니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어라? 요고요고 김밥에 넣어도 맛있겠는데? 내가 어묵 양념 따로 안 해도 되고! 그런 생각이 든 것입니다.
나란 사람, 먹으면서 다음엔 뭘 먹을까,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까 고민하는 멋진 사람.
그것이 어젯밤 결단이었고, 오늘 아침엔 실행! 실행.
네네, 그렇습니다. 김밥속 넣는 사진 또 까먹었습니다.
밥은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하고요, 깻잎 넓게 폈습니다. 하루 사이 양념어묵이 좀 꾸덕해져서 국물이 흐르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깻잎 위에 어묵 안착 후 깻잎 한 번 더 덮었습니다. 국물 흐르는 걸 방지하는 것도 있고, 김밥 말 때 제 손에 양념 묻지 말라고요. 김밥속 재료 뭐 없어서 간 맞출 겸 멸치볶음도 넣었어요.
양념어묵, 멸치볶음 모두 고추장 베이스 양념이라 맛이 잘 어울렸고요, 그래도 김밥이니까 단무지 넣어줍니다. 김밥 속종류가 많지 않을 땐 있는 재료를 풍성하게 넣어주면 됩니다. 단무지 두세 개 넣었습니다.
맛이요? 아아 맛있어요. 맛있어요.
도시락으로 쌀 건데 못 참고 꼬다리 하나 먹었는데요, 너무 맛나서 나머지 꼬다리도 먹어버리고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아침으로 먹자, 다 먹어버렸습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다음엔 양념어묵을 두 개 남겨놓을까봐요. 김밥 한 줄에 양념어묵 두 개 풍성하게 넣어 그 맛을 즐기고 싶네요. 그게 아니라도 꼭 두 개는 남겨둬야지. 한 줄만 먹어선 너무 아쉬워요. 두 개나 남길 수 있을까? 처음부터 더 사야겠다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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