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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말아보아요

상큼 매큼 색다른 나물김밥 _ 도라지무침듬뿍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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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넣어도 맛있습니다

제가 단골로 가는 채소가게가 있습니다. 반 노점 형태예요. 창고같은 작은 점포가 있고, 언니는 그 앞에서 채소를 진열해놓고 팔아요. 제가 여길 가는 이유는 채소의 질이 좋고, 손질된 채소를 소량으로도 판다는 겁니다. 전 여기에서 다듬어놓은 쪽파나 대파를 많을 땐 2000원, 적을 땐 1000원어치도 삽니다. 봄에 달래간장 만들어 먹게요, 하면 달래와 쪽파를 섞어 2000원어치 주시고요. 부추전 한 접시 구워먹으려고요 하면 다듬어놓은 부추와 쪽파를 섞어 2000원에 주시기도 해요. 제 입장에서는 다듬는 수고도 없고, 다듬어서 나오는 쓰레기도 없고, 남아서 버리는 일도 없으니 정말 좋지요.

 

퇴근길에 이곳을 지나는데 뽀얀 도라지가 예쁘게 있지 않겠어요. 도라지 손질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전 알거든요. 옛날엔 엄마도 흙 묻은 도라지 직접 손질하셨으니까요.

반가운 마음에 팔 수 있는 만큼 제일 적게 주세요, 라고 해봅니다. 그렇게 도라지 반근을 사서 집에 왔습니다.

 

다 믿는 구석이 있죠. 얼마 전 망원시장 무침프로젝트에서 산 삭히지 않은 홍어무침 양념, 반 정도 남겨두었잖아요. 그 양념이면 뭐 더할 것도 없이 도라지무침이 됩니다. 통깨만 좀 더 뿌리고 숟가락으로 삭삭 비벼서 완성.

 

엄마의 도라지무침엔 데친 오징어가 들어갔어요. 오징어도라지무침인 셈이었는데, 최대한 오징어를 많이 골라먹으려고 했어요. 표나지 않게 오징어만 딱 집으려다 들키면 고루 먹어라, 한소리 들었죠. 그런데 이제는 오징어 없어도 되고, 도라지가 더 맛있네요. 아삭아삭.

 

 

도라지무침으로 한 끼 잘 먹고, 남은 건 김밥속으로 활용. .하다하다 도라지무침까지 넣다니 그런 생각 안한 건 아니에요. 밥과 도라지무침만으로 한 끼면 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도라지무침김밥이라면 뭐 괜찮지 않나요?

 

자, 이렇게 저도 처음 먹어보는 도라지무침듬뿍김밥.

핵심은 방수! (이러다 제 김밥 슬로건이 되겠군요.) 밥 위에 깻잎 깔고, 도라지무침 듬뿍 올리고 깻잎 나머지 자락 올려모아 1차 방수, 그 위로 깻잎 한 번 더 덮어 2차 방수. 와 완벽합니다.(사진 못 찍었지만 형태를 보니 아시겠죠?)

맛이요? 맛있습니다. 진짜 꼭 한 번 해드세요. 새로운 맛. 상큼한 맛. 아삭한 맛.

 

 

더 맛있게 먹는 팁

괜히 도라지 다듬어보겠다 하지 마세요. 다듬다가 성질 버리고 도라지도 버릴 수 있습니다. 도라지 잘못 하면 떫을 수 있거든요. 보통 한 시간 정도 물에 담가두면 웬만한 떫은맛은 가십니다.

 

상큼한 맛 좋아하시면 먹기 직전 식초를 치세요. 무침 기본 양념은 고추장 + 간장 + 통깨 + 매실액이나 설탕, 그 정도면 됩니다.

 

도라지무침김밥을 할 땐 부드러운 재료인 달걀을 함께 넣으면 더 조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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