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소스와 파프리카 참 잘 어울려요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채소 중에 피망과 파프리카가 있습니다. 그렇게 파랗고 빨갛게 생겼으면 달든가 맵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밍밍하잖아요. 씹는 맛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피망 파프리카 아니어도 씹는 맛 좋은 채소는 많습니다.
그런데, 파프리카가 생겨버렸어요.
채소 비싼데 샐러드 키트는 값이 안 올랐다며 좋아하지도 않은 파프리카 샐러드 믹스를 산 게 화근이었어요.(네네, 다 떨어지고 그거 하나 남았더라고요) 안 좋아하는 건 사는 게 아닌데, 사서 두 봉지인가 먹고 안 먹다 보니 에그머니나, 샐러드 봉지에서 물이 생겼어요. 흑흑. (차마 못 볼 꼴이라 못 보여드림)
비싼 돈을 고스란히 음식물쓰레기로 만드는 바보짓, 이런 거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싸더라도 잘 먹는 채소를 사는 건데요.
하지 말아야 하는데,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한 번 하고 두 번 했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비슷한 실수가 벌써 몇 번째인지. 사람 안 변하는 건가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흑흑)
차마 그대로 다 버릴 순 없었어요. 물 난 잎채소는 울면서 버리고 파프리카만 골라내 씻어보았습니다. 살짝 뭉개진 곳도 있지만, 어떻게 겨우 먹을 정도는 되기에 굴소스에 볶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아 (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 님 말투로) 이 파프리카 김밥이 상당히 맛있습니다.
우선 굴소스에 볶은 파프리카 맛있어요. 중국식 잡채에 파프리카나 피망 많이 들어가는 이유가 있었군요. 볶으니 파프리카의 단맛도 올라오고, 굴소스의 짭짤한 감칠맛도 더해져 상당히 풍미가 좋습니다.
저는 당근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당근보다 나아요!
김밥에 화려한 색이 필요하다면 앞으로는 당근 말고 파프리카를 넣어볼까 할 정도로요.
어쩌면 피같은 내 돈을 버리지 않고 파프리카만이라도 끝까지 먹었다는 만족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요.
엄마는 파프리카가 몸에 좋단다, 많이 먹어라 칼라푸드를 먹어야 한대. 노란 파프리카 빨간 파프리가 많이 먹어라, 자주 노래를 부르시는데, 가끔은 먹었어! 엄마 볶아서 김밥에 듬뿍 넣어 먹었어, 라고 말씀드려야겠어요.
더 맛있게 먹는 팁
- 제가 좋아하지 않는 파프리카를 무사히, 맛있게 먹었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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