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을수록, 더 괜찮게 먹자
오늘도 씩씩한 척 했습니다.
힘들다, 괴롭다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내 푸념이 누군가에겐 피곤할 수 있으니까요. (푸념할 사람이 마땅찮기도 합니다. 이 빈약한 인간관계)
그렇지만 괜찮지 않습니다.
상대가 나 아프라고 찌른 건 당연히 아파요.
유치하다, 웃긴다, 신경 안 써 이런 멘트를 허공해 날리지만, 나의 허세이자 다짐이죠.
뭐 그렇다고 한없이 작아질 수 없잖아요. 누구 좋으라고요. 흥칫뿡.
그러니! 오늘 저녁은 든든하고 푸짐하게 먹기로 합니다.
평소에 집에서 잘 안 해먹는 메뉴, 혼자 사먹기도 애매한 메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메뉴 알탕을 끓여 먹자.
알을 씹으면서 그 인간이 준 상처도 잘근잘근 씹어버리자, 그런 마음이지요.
땀 뻘뻘 흘리며 먹다보면, 개운해지겠지. 룰루랄라.
장 봐서 알 사고, 해물 사고 이거 따로 저거 따로 안 해도 됩니다. 요새 밀키트 잘 나옵니다.
포장째로 물에 담가 잠깐 해동한 후, 깨끗한 물에 한 번 씻으면 됩니다.
제가 고른 건 바비엔 알탕. 알과 이리, 오만둥이가 들어 있고 양념장이 포함되어 있어요.
(별 생각 없이 골랐는데 이리가 생각보다 많아요. 전 알만 좋아하거든요. 혹시 이리 싫어하는 분은 다른 밀키트를 사셔야 할 듯)
어떤 국물이건 간에 채소를 듬뿍 넣어 먹곤 해서 채소는 따로 준비했어요. 요새 채소도 한끼 국물용으로 종류별로 담아 파니까, 남은 채소 걱정되는 분은 이걸 사세요.
특별한 건 없고, 이런 매운탕 류에는 쑥갓이 들어가면 훨씬 개운하고 향긋해요.
(그런데 저 사진보다 더 넣었어요. 넣다보니 자꾸 들어감. 덕분에 국물이 훨씬 맛있어졌죠)
설명서에 있는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물 500cc에 해동한 알과 양념장을 넣고, 끓이세요.
물이 끓은 후 3분 정도 지나면 채소를 넣습니다.
빨리 익는 애호박은 시차를 두고 넣고요, 콩나물을 넣었으니 뚜껑은 닫았다 열었다 하지 말고 열고 시작합니다.
불을 좀 줄여서 5~6분 끓이면 된다고 해요.
먹기 직전에 쑥갓을 올리는 게 포인트.
그래야 향이 그대로 살아있거든요.
바비엔 알탕, 양념장 맛이 나쁘지 않아요.
제가 채소를 많이 넣어서 순정한 맛은 알 수 없지만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해요.
텁텁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초밥집에 구색으로 있는 알탕보단 훨씬 좋네요.
밥과 함께 알탕 한 그릇.
물론, 이렇게만 먹진 않았습니다.
두 번, 세 번 떠 오고 또 떠 오고, 냄비 바닥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채소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밥 한 그릇(사실 햇반 210그램) 다 먹고 나선 국물과 건더기만 먹었는데도 짜지 않았어요.
더 맛있게 먹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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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알탕만으로도 정말 맛있지만, 김 하나 곁들여보세요. 알탕 국물 밥에 쓰윽 끼얹고 알 하나 척 걸친 후 김 한 장 올려 먹으면 내 옆에 내 편, 세 명쯤은 있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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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탕 먹을 땐 김치 등의 반찬없이 알탕 속 채소를 건져드세요. 그래서 채소는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더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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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많이 넣으면 국물이 달큰해져요. 단 국물을 좋아한다면 양파를 많이 넣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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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너무 두껍지 않게, 나박하게 써는 게 좋아요. 그래봐야 10분 안에 끝나는 요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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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있으면 그 국물에 한두 알 넣어드세요. 별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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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더기 다 건져먹고 국물만 남았다면, 그 국물에 물 더 붓고 라면 끓이면 굿굿.(스프는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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