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깔보면 큰일나요
셀러리 한 단을 사면 먹는 코스가 있어요.
냉파스타 한두 번 해먹고, 김밥을 말아먹습니다.
가끔 마음 먹고 두 단 정도 샀다, 그러면 청양고추 듬뿍 넣어 셀러리간장피클을 만들어 먹어요. 정말 쉬운데 정말 별미입니다. (언제 한 번 보여드릴게요)
자, 그래서 오늘 김밥은 셀러리김밥입니다. 네네, 지난 주말에 냉파스타 해먹었잖아요. 냉장고에 있는 걸로 어쨌거나 해결합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메인은 셀러리가 아니예요. 새싹채소입니다.
새싹채소는 그 여리여리함이 먹기 미안할 정도지만 의외로 아리고 톡 쏘는 맛이 나기도 해요.
제가 주로 사는 건 브로콜리, 적무, 다채 새싹이라는데 어느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샐러드로 듬뿍 먹으면 아 매워, 소리가 절로 납니다.
어린 녀석들이 만만치 않죠. 사람이나 식물이나 어릴 때의 에너지는 참 흐뭇합니다.
새싹채소는 주로 샐러드로 먹는 것 같던데 김밥에 넣으면 아리고 매운 맛이 밥으로 중화되어 조화롭습니다. 셀러리와도 잘 어울리며 김밥속을 풍성하게 하죠. 아삭아삭하면서 폭신한 식감이 참 기분 좋거든요.
김밥전문점에서 이런 거 사먹으려면 최소 6천원 아닐까? 괜히 으쓱한 기분도 들고요.
새싹채소셀러리김밥을 말 땐 밥 간을 평소보다 조금 더 하셔도 돼요.
참기름+간장도 좋고 참기름+소금도 좋습니다.
올리는 재료들이 조금 심심하잖아요, 아무래도.
새싹채소에 드레싱을 하면 간이야 맞겠지만, 김밥이 눅눅해져서 아삭한 그 맛이 안 나요.
물기 있는 재료를 넣을 땐 깻잎 밑장깔기는 기본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셀러리의 오목한 곳에 마요네즈를 쭉 짜 넣는 겁니다.
이대로 말면 밥이 마요네즈와 닿게 되잖아요?
이렇게 쭉 짜서 뒤집는 거예요. 새싹채소 쪽으로. 이렇게.
그러면 셀러리의 마요네즈가 자연스럽게 새싹채소에도 조금씩 묻어 간이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무말 대잔치)
그나저나 도마에 칼 왜 저기 있지? 아침에 김밥 말면 항상 정신이 좀 없어요.
참, 저 칼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 쌍둥이칼입니다. 하하.
이제 말면 됩니다.
말고 썰어 접시에 딱.
아, 정말 파릇파릇 예쁘죠? 맛은 말해 뭐해요.
더 맛있게 먹는 팁
- 새싹채소듬뿍셀러리김밥에 올리브를 곁들여보세요. 올리브의 짭짤하면서도 기름진 고소함이 입안에 함께 퍼지면 정말 제대로 된 요리를 먹는 기분이 납니다. (저 올리브 브랜드는 마다마입니다)
- 새싹채소듬뿍셀러리김밥에 서양식 피클 무엇이든 곁들이셔도 좋습니다.
- 셀러리나 새싹채소를 김밥 재료로 쓸 땐 어묵이나 단무지를 안 넣는 걸 추천합니다.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거든요. 단단한 재료로는 오이나 우엉, 당근이 좋고 부드러운 식감을 추가하려면 달걀지단, 맛살, 치즈가 좋습니다. 물론 이런 재료를 다 넣을 필요는 없어요. 이런 김밥은 주재료에 힘을 딱 주고, 심플한 맛으로 먹는 거니까요.
농담 한 마디
별 것도 아닌데 음식 이름 좀 간단하게 지어야지, 새싹채소듬뿍셀러리김밥 몇 번을 쓰고 말하려니 헥헥.
'무엇이든 말아보아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묘하게 어울리는 새우장숙주나물김밥 (4) | 2020.08.26 |
---|---|
당근이 좋아지면 어른이 된 걸까요_ 유부당근김밥 (2) | 2020.08.18 |
명란 먹고 명랑해야지 _ 명란양파김밥 (2) | 2020.08.11 |
엄마가 생선 먹으렴 하시면 _참치김밥 (2) | 2020.07.31 |
어묵은 흔해도 어묵김밥은 안 흔해 (2) | 2020.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