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생숙주를 넣어볼까? 스프링롤에도 들어가니까
김밥 싸는 것이 만만치 않을 정도로 요새 채소 비싸네요. 시장 나가보고 깜짝 놀랐어요. 장마 여파인가 봅니다. 채소가 저렴할 땐 채소 생각 안 나더니 채소가 비싸다는 거 딱 알자마자 왜 이렇게 신선한 채소, 운운하게 되는 건가요. 김밥에 오이도 넣고 싶고 부추도 넣고 싶고 시금치도 넣고 싶고 괜히 심퉁이 납니다.
이럴 때 에라 모르겠다 비쌀 때 먹어야 맛있어, 하면서 채소 다 사자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있는 것을 활용해서 잘 넘길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맛있는 양념새우장이 남아있으니 오늘은 이걸로 김밥을 만들어볼까요.
양념새우장만 넣어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김밥이니까 채소가 좀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 궁리하다가 숙주나물을 넣기로 했습니다.
채소는 비싸지만 숙주나물은 천 원짜리 한 장이면 한 봉지 가득 살 수 있거든요.
저는 평소에도 숙주나물을 잘 이용해요. 라면에 넣기도 하고, 참기름 조금 넣고 볶아 국간장으로 간한 후 심심한 반찬으로 먹기도 합니다.
단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여름에 숙주나물을 김밥에 넣는다면 만들어서 바로 드세요. 녹두의 싹인데 녹두나물이라고 하지 않고 숙주나물이라고 워낙 잘 변해서, 라는 속설도 있으니까요. (조선시대 학자 신숙주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잖아요)
김밥을 말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김+밥+양념새우장으로만 먹어도 맛있는 거 알잖아요. 그러니 다른 재료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담음새와 모양, 영양을 위해 넣는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서 먹어보니 아주 아주 아주 잘 어울리네요. 이것은 어쩌다 얻어 걸린 비법 같은 걸까요.
숙주나물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양념새우장의 진득하면서도 졸깃한 식감의 조화도 좋고요.
이 조합을 발견한 저에게 칭찬 한 바가지.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싸는데 정신이 팔려 김밥 마는 사진을 못 찍었는데요,
아직도 집에 많이 남은 깻잎을 밥 위에 깔고 (깻잎의 효능은 향과 방수.ㅋㅋ) 양념게장 차곡차곡 올린 후 숙주나물과 당근채, 단무지로 마무리했습니다.
양념새우장 김밥을 말 땐 밥 간이 따로 필요하진 않지만, 참기름은 듬뿍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확실히 더 부드럽고 더 고소해요.
더 맛있게 먹는 팁
- 해보지도 않고 더 맛있게 먹는 팁,이라고 쓰긴 좀 그렇지만 분명 맛있을 것 같아요. 볶은 숙주나물 말고 생숙주를 과감하게 김밥속으로 넣어도 좋을 것 같아요. 스프링롤에도 생숙주 넣는데 그래도 맛있잖아요! 담에 꼭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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