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꼭꼭 씹으면 어느새 밥 한 그릇
오징어진미채나 쥐포채, 북어를 포실포실하게 뜯어 무친 북어채무침이 주된 마른반찬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아귀포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아귀포를 반찬가게에서 본 적은 아직은 없는 것같고, 주로 엄마의 택배상자에서 발견됩니다. 그러니까 이 반찬은 정말로 엄마 찬스인 셈이죠.
두드려서 부드럽게 한 아귀포에 고추장 양념을 더해 슥슥 무치는데 이번엔 한 마리씩 구워 먹는 아귀포를 잘라 아귀포무침을 해주셨어요. 오오 색다른데 하며 여쭤보니 아귀포 주문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덕분에 국산 아귀포 비싼 걸 반찬으로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아귀포무침의 핵심은 고추장이에요. 고추장만 맛있으면 별 솜씨 없이도 맛있게 됩니다. 물론 아귀가 잡내 없이 좋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오징어진미나 쥐포, 북어보다 훨씬 딱딱하니까 오래 씹어야 해요. 씹는 쾌감이 있죠. 특히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이면 아귀포를 쉴 새 없이 집어먹게 됩니다.
아귀포무침은 반찬으로도 안주로도 좋습니다. 아귀포무침에 맥주 한 캔,은 꽤 근사한 조합이거든요.
아침엔 반찬으로 먹고, 퇴근 후엔 안주로 먹을 수 있어요.
엄마는 더 이상 아귀포를 드시지 못합니다. 아귀포를 드실 정도로 이가 튼튼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드시지도 못하는 반찬을 해주는 그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728x90
'출근길도 든든하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추리알조림_소박한 일식일찬 (4) | 2021.03.02 |
---|---|
걸쭉한 국물로 뜨근하게 떡만둣국 (11) | 2021.02.28 |
대충 만들어도 맛있는 크림파스타 (14) | 2021.02.23 |
엄마 마음 한 그릇, 시락국 (2) | 2021.02.22 |
고기없이 고추기름없이, 마파두부 (4) | 2021.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