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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자고 하는 말

이럴 때일수록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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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식물을, 꽃을, 여유를


매년 노동절이면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동네 화원에 가서 새로 작은 화분을 사거나, 집의 화분 분갈이를 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식물을 들이는 건 뭐랄까 거칠한 일상, 건조한 삶에 생기를 넣는달까, 일종의 초록영양제 같은 거였어요.
사실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건강을 다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땐 링거 한 병, 영양주사 한 방 맞는 것도 대증요법은 되잖아요, 왜.
 
올해 노동절은 너무나 애석하게도 토요일입니다.
주5일 근무를 하니 원래 노는 날인 셈이죠. 이런 게 제일 김새지 않나요. 직장인들은 원래 빨간 날과 노는 날이 겹치는 거 정말 속상하잖아요.(나만 그런가)
 
그래서 올해는 초록 수혈을 좀 당기기로 했습니다.
노동절은 토요일이라 기다리기엔 김이 빠지고, 뭣보다 요즘 너무 하루하루가 쩍쩍 갈라지고 있거든요.
 
아주 가끔씩 가는 화원에 들러 초록초록한 것들을 구경하고, 적당한 것을 골라 토분에 심어 옵니다. 오는 동안 이 녀석의 이름은 이미 까먹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물을 듬뿍 주라는 당부는 잊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식물 이름은 너무 잘 까먹어요. 아마 나에게 중요한 건 이 초록이들이 얼마나 자주 물을 먹느냐, 여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끔 꽃을 삽니다.
이건 올해 들어 생긴 작은 소비예요.
꽃 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너무 빨리 지기도 하고, 꽃이 지고난 후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곤 해서요. 꽃을 말린다거나 하는 건 더더욱 질색이어서 꽃 본 후 쓰레기처리가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너무 화사한 것이 필요해 한다발 사서 긴 유리잔에 꽂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볼 때마다 마음의 조도가 몇 룩스는 올라가는 것같고요.
생기있고 예쁘다가 시들어도 예쁘고 안타깝고 예쁘고 끝까지 예뻤어요.


 
만원짜리 한두 장으로 일주일 이상 마음을 조금 밝힐 수 있다면,
생맥주 한두 캔 먹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죠, 여러모로.
 
나를 위해 꽃을 사고 나를 위해 식물을 삽니다.
그렇게 일상을 도닥이며 또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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