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잘 먹어야 해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후배는 저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서 제가 있는 곳 근처까지 와 주었어요. 별 얘기 하지 않았어요. 그저 이거 맛있네, 저거 더 먹어 뭐 그런 작은 이야기들.
그래도 점심시간은 정말 짧아서, 그럼 다음에 또, 하는데 주섬주섬 봉투 하나를 주네요.
"뭐야?"
"한나식빵이라고 생활의 달인 나온 유명한 빵집인데 거기 빵이야. 지나갈 때마다 줄이 길기에 엄두가 안 났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줄이 길지 않더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샀지."
"너 빵 안 좋아하잖아?"
"난 안 좋아하지. 선배는 좋아하잖아. 그 빵집 시그니처가 밤식빵이래. 주말에 먹어."
사실 연유 바게트도 함께 줬는데 그건 집에 가져가기도 전에 회사에서 홀라당 먹어버렸어요. 분명 배 그득하게 먹고 들어왔는데, 왜 사무실만 들어가면 그렇게 당이 떨어지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모르지 않습니다. 암요 암요 이유있죠. 그 썰은 다음에 또)
이렇게 해서 토요일 아침, 귀하디 귀한 한나식빵 밤식빵을 먹게 된 것입니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렸어요. 달달한 빵은 커피와 먹는 게 맛있으니까요. 최대한 예쁘게 담아봅니다만 그건 불가능인가.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어봅니다. 시진 솜씨도 맹탕이고 스마트폰은 차마 민망한 상태라 성과는 전혀 없습니다.
밤식빵 한 입 베어물고 커피도 한 모금 마십니다. 입안이 촉촉해지네요. 다시 밤식빵 한 입 더 베어뭅니다.
도대체 빵이나 과자 같은 건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후배의 평소 지론입니다. 초콜릿 등 단 것도 안 좋아하고 먹는 것에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런 애가 그동안 몇 번이나 사려고 시도하고, 드디어 샀다며 기뻐하는 것, 그러니까 이 맛은 다정함의 맛이군요. 오로지 누군가를 떠올리며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쓰는 다정함. 다정함은 달큰하고 폭신한 맛이네요.
물론 저의 원픽 밤식빵은 리치몬드제과점 밤식빵이지만! 그 얘기는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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