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말고 양념게장파 모이세요!
엄마와 함께 살 때 먹던 꽃게는 항상 찌개였어요. 달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도 좋고 두 손 버려가며 젓가락으로 파먹던 꽃게살도 좋았어요. 하도 쪽쪽 빨아먹어 입술이 얼얼하기도 했지만 식탁에 꽃게찌개가 오르면 괜히 마음이 달뜨곤 했죠.
지금도 꽃게를 좋아하지만 밖에선 잘 안 먹게 됩니다. 된장찌개에 꽃게 반토막이 들어 있어도 먹는 둥 마는 둥하죠. 먹기가 불편하잖아요. 손으로 들고 먹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파야 하는데 그게 참 남보기엔 민망해요.
그래서 가끔, 반찬가게에서 꽃게장을 삽니다. 딱 한 팩. 간장게장 근사하게 한 상 말고, 전 고추장 양념의 꽃게장이 좋더라고요. 꽃게장은 혼자 먹어야 해요. 입 주변으로 양념이 지저분하게 묻잖아요. 상관 않고 먹으려면 역시 집에서 혼밥!
꽃게 껍질에 처덕처덕 붙어 있는 양념 일부는 밥에 비비고, 손으로 뜯고, 젓가락으로 파고 힘껏 빨아당겨 호로록.
꽃게장으로 밥 먹을 땐 다른 반찬이 전혀 필요없어요. 다른 반찬에 손이 갈 여유도 없습니다. 그저 밥 한 번, 꽃게 한 번 먹기도 마음이 바빠요.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꽃게장을 먹겠지만 저는 살을 살뜰하게 발라먹는 걸 선호합니다. 대충 입안에서 씹고 뱉는 건 꽃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먹기 좋게 꽃게를 자르는 게 중요합니다.
파는 꽃게장은 꽃게를 반으로 잘라 양념에 무쳐요.
먼저 몸통과 다리를 분리하는 식으로 자릅니다. 큰 집게발은 마디 사이를 잘라 구멍을 만들어 다리살이 쉽게 빠지도록 합니다.
남은 몸통은 크기에 따라 두 조각으로 자르거나 세 조각으로 자르면 됩니다.
몸통조각은 입에 넣어 오물오물해서 살을 싹 발라먹고, 작은 다리는 이로 꼭꼭 씹으며 밀어올리듯 발라먹고, 집게발은 젓가락으로 살살 빼서 호로록 먹습니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딴 반찬 없이 꽃게장정식이랄까, 꽃게장백반, 양념게장백반을 먹고 나면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 경건해지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전 어느쪽이냐면, 그저 누가 살 다 발라서 꽃게장 먹게 해주면 좋겠다 그 생각 뿐입니다.
더 맛있게 먹는 법
양념게장 1인분 식당에서 먹으면 만원 훌쩍 넘잖아요. 그돈이면 집에서 두 번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요. 혹 망원시장에 오신다면 오공찬이라는 반찬가게에서 파는 양념꽃게장 한 팩 사세요.(없을 때도 많아요) 이곳 양념게장 여러모로 일품이에요. 가성비 물론 좋고요. 특히 양념게장 양념맛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강추합니다.
밥에 참기름 몇방울 떨어뜨리세요. 훨씬 맛있어집니다.
껍질 담을 빈그릇, 미리 준비하세요. 식탁에 뒀다가 나중에 치우면 비린내가 은근히 오래갑니다.
꽃게 껍질은 일반쓰레기입니다. 음쓰랑 섞지마세요.
'출근길도 든든하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출신 이웃)의 힘_버터옥수수, 찐옥수수 (9) | 2020.08.27 |
---|---|
적당히 맵고 적당히 쫄깃하게 _ 낙지볶음 (0) | 2020.08.22 |
이상하게 어울리네 _ 들기름에 구운 쑥떡과 커피 (4) | 2020.08.20 |
방울토마토가 더 시들기 전에 _ 감바스파스타 (2) | 2020.08.19 |
꼭꼭 잘근잘근 씹는 맛 _명란바게트 (2)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