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질기고, 나는 즐기고
엄마 택배에 아이쿠나 이게 뭐람, 싶은 게 있었는데 바로 낙지였어요. 해먹을 엄두가 안 나 냉동실에 던져두었습니다. 낙지볶음, 집에서 잘 안 해먹잖아요. 이걸 어쩐다.
아이고, 이모가 낙지를 줘서 받아왔는데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버렸지. 데치고 나니 귀찮기도 하고, 요새 낙지, 오징어 이런 건 잘 안 먹게 되네. 오래 씹는 건 별로야, 라는 게 엄마 말씀.
전화를 끊고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엄마가 이제 질긴 것을 즐기지 못하시군요.
그건 그렇고 더 덥기 전에 만들어야 합니다.
자 일단 낙지를 냉동실에서 꺼내 대충 녹입니다. 그래도 엄마가 데쳐서 보내주셨으니 얼마나 좋아요.
양파 한 개, 청홍고추(마침 있었어요) 몇 개, 파 조금 썰어 놓습니다.
낙지볶음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는 이거면 됩니다. 마늘도 넣으면 좋은데, 집에 마늘이 없네요. 마늘 없어도 문제 없습니다. 전 늘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간만 맞으면 된다는 주의.
프라이팬에 기름 조금 붓고 달군 후 양파와 고추를 넣고 볶습니다.
양파와 고추가 숨이 좀 죽었다 싶으면 낙지를 넣고, 고춧가루 적당히 색깔나게 넣고 간장 좀 넣으세요.
(중간 사진 없어서 죄송해요. 더워서 휘리릭 하다보니 사진 찍는 걸 까먹었어요.)
고춧가루 양은 입맛에 따라 달리하시면 됩니다. 고추장을 풀어서 낙지볶음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텁텁한 맛이 싫어 고춧가루만 넣었어요.(사실은 고추장 풀고 이런 게 좀 귀찮았습니다. 요새 날이 덥잖아요.) 전 세 스푼 정도 넣었나 싶네요.
불 끄기 직전에 파 추가하고 잠시만 더 볶으면 돼요. 낙지는 데친 거니까 오래 볶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래 볶을수록 질겨져요.
참, 낙지볶음이나 오징어볶음 등을 할 땐 번거로워도 한 번 데쳐서 볶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물이 안 나요. 익지 않은 낙지나 오징어를 바로 볶으면 물이 많이 나와서 당황하실수도요.
맛도 볼 겸, 작은 접시에 담아봅니다. 맵지 않고 고소하네요.
낙지볶음 전문점의 단맛 섞인 강렬한 매운맛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네요.
주말은 마음이 푸근하니까요. (스트레스 민감도가 낮아요)
더 맛있게 먹는 팁
- 먹기 직전 참기름 한두 방울 두르세요. 볶을 때 넣는 것보다 밥 위에 올린 후 두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 저는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데, 아주 약간의 설탕이 맛을 더 좋게도 합니다. 양념할 때 설탕 조금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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