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주는 선물
집 근처에 시장이 있어서 매해 봄마다 딸기잼을 만들어요. 지나다니며 딸기가 싼 걸 보면 욕심내어 사게 되고, 잼 좋아하는 이들 얼굴이 어른거리기도 하고 머리를 비우기도 좋아서 앗 뜨거, 뜨거 해가며 몇 시간을 기꺼이 불 앞에 서 있죠.
잼팟이 따로 없어서 잼 만들기가 녹록진 않아요. 깊고 큰 냄비가 없어, 잼 한 번 만들면 그야말로 렌지 주변이 쟴 국물로 초토화되죠. . 이리저리 튀는 높은 점도의 잼국물은 눈물이 쏙 빠지게 뜨겁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만의 잼 만드는 법이 생겼는데 설탕을 적게 써도 되는 효과도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먼저 저렴한 딸기를 삽니다. 비싼 딸기는 그대로 먹는 게 좋죠. 잼 만들려면 딸기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자 딸기는 잘 씻어 꼭지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물기를 뺀 후 냄비에 2/3 정도를 넣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사정없이 으깹니다.
아직 딸기가 남았지만 냄비에 다 넣지 마세요. 끓으면 넘치니까요. 적당량의 딸기만 넣고 으깬 후 끓입니다. 계속 끓이세요. 아직 설탕을 넣지 않은 상태라 넘치는 것만 주의하면 자주 젓지 않아도 됩니다.
냄비의 딸기가 적당히 졸아들면 설탕을 적당량 넣고 잘 녹인 후 끓입니다. 이제부턴 자주 저어야 해요. 설탕이 들어가면 눗기 쉽거든요.
이제 꽤 졸아들어 냄비에 여유가 꽤 있다면 남은 딸기도 잘 으깨어 추가하고 잘 섞어줍니다. 딸기가 추가되었으니 설탕도 적당량 추가합니다.
이제 계속 저으면서 졸이면 됩니다.
이렇게 딸기를 나눠 넣으면 농밀한 맛 뒤에 상큼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좋고요, 딸기만 먼저 졸이고 나중에 설탕을 넣으면 설탕을 적게 쓸 수 있어 좋아요. 보통 시판 딸기잼의 설탕 비율은 50퍼센트이고, 한살림 등 생협에서 파는 딸기잼의 설탕 비율은 30퍼센트 대예요. 나는 이런 식으로 딸기잼을 만들면서 딸기 5에 설탕 1 비율이었으니 20퍼센트가 안 되는 셈이에요.
기호에 따라 좀 더 쫀쫀할 때까지 졸여도 되고, 부드럽게 발리도록 콩포트와 잼 중간 사이로 해도 됩니다. 단 저장성은 더 졸일수록 좋아요.
설탕이 덜 들어가도 충분히, 정말 충분히 달아요.
제철이라 저렴한 딸기, 불 앞에서 오래 수고하면 되는 잼, 시간이 주는 선물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