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맛이 아닙니다
여의도의 삼겹살집 서글렁탕은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사회 초년병 시절, 직장이 여의도여서 서글렁탕에 자주 갔었거든요. 서글렁탕이 다른 고깃집보다 좋았던 건 그집의 양념항아리 때문이었어요. 그저 불판에 구워 기름장에 찍어먹는 삼겹살이 아니고 간장 양념장에 삼겹살을 한 번 담갔다 빼서 구워먹는 곳이었어요.
생고기보다 양념육이 훨씬 맛있고 먹기 편했기에 회식 장소가 서글렁탕으로 잡히면 괜히 기분이 좋았죠.
좋아하던 서글렁탕이었지만 회사를 옮긴 후론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요.
그렇게 추억의 맛집으로 지금도 기억하는 서글렁탕의 양념삼겹살이 냉동 밀키트로 출시되었더군요. 삼겹살치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어요. 서글렁탕이니까요.
서글렁탕 참숯 훈연 소스삼겹살.
어? 그런데 국산 삼겹살이 아니라 독일산이군요.
하긴 요즘 국산 삼겹살 너무 비싸죠.
하룻밤 냉장실에 옮겨 녹인 삼겹살을 프라이팬에 구웠어요. 이 때만 해도 정말 마음이 두근두근했어요.
뒤집어서 고기를 완전히 익혀줍니다.
사진이 더 있어야 하는데 없죠? 이렇게 구운 소스삼겹살을 먹고 너무 실망해서 사진 찍을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서글렁탕 특유의 달큰한 맛도 없고 훈연 향도 안 나고 뭣보다 고기 누린내가 좀 났어요.
내가 먹던 서글렁탕의 양념삼겹살은 아니었어요. 서글렁탕이 아니었다면 아주 맛있진 않지만 먹을만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서글렁탕이라서 산 거라 실망이 컸어요. 그만큼 기대했으니까요.
가끔은 추억으로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언젠가 오프라인 서글렁탕집에 가서 직접 고기를 구워 먹으면, 그 때도 그 맛은 아닐까요?
'간편식을 더 맛있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콤상큼한 비빔만두 (22) | 2022.05.23 |
---|---|
은영이 떡볶이 더매운맛 (8) | 2022.05.16 |
다담바지락순두부찌개 (9) | 2022.05.06 |
맵맵고칼칼한 고래바 밀떡볶이 (11) | 2022.04.27 |
쟈니덤플링 고기반달 군만두 (21) | 2022.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