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위대한 양념돌려먹기의 시작
양념많은 음식, 좋아합니다. 양념게장, 각종 조림과 무침까지 먹을 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음식은 양념맛이야,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런데 먹고 나서 남은 양념을 버릴 땐 마음이 무거워요.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걸까 싶죠. 최근 기상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장마가 길었잖아요. 환경보호는 생존의 문제구나 싶고요.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는 건 참 어렵죠. 그래서 저는 최대한 덜 버리는 방법을 궁리하곤 합니다.
얼마 전, 양념게장 사서 맛있게 먹은 것 기억하시죠? 제가 가끔 사 먹는 반찬가게 양념꽃게장에는 양념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양념 가득 묻혀 꽃게를 건져먹어도 양념이 정말 많이 남아요. 그 양념을 따로 보관했다가 밥에 비벼먹는다? 아마 열흘은 비벼먹어야 할 정도입니다. (전 비벼먹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아주 가끔 양념게장 먹는 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서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양념을 이용해 또다른 요리를 만드는 것이죠.
제가 선택한 건 양념새우장입니다.
저는 양념새우장 너무 좋아하는데요, 사먹으려면 엄청 비싸요. 양념만 많지 정작 새우는 얼마되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양념게장 양념을 이용해 새우장을 직접 만들어보았어요. 복잡한 양념 레시피 외울 필요도 없고 양념 만드는 수고도 없고 얼마나 좋아요. (제가 가진 조미료에는 설탕이나 물엿, 올리고당이 없어서 양념새우장 만들려면 이런 걸 새삼 사야 하는 것도 돈 들고 번거롭고요)
이렇게 한 번 성공한 이후론 더 자주 양념게장을 사곤 합니다. 때론 양념새우장 먹고싶어 양념게장 사기도 해요.
필요한 재료는 깐 냉동새우 적당량, 와 양파 한 개, 당근 한 개, 대파 약간입니다. 양념량에 따라 다르긴 할 텐데 냉동새우 500g 한봉지 정도는 가능했어요. 새우에 양념이 고루 잘 묻고 위가 덮힐 정도면 됩니다.
양파, 당근, 대파 등 채소는 없어도 되긴 하는데, 채소가 들어가면 좀 더 상큼해서 전 다른 건 몰라도 양파는 꼭 넣어요. 새우만 건져드셔도 좋으니 웬민하면 넣어두세요. (이 양념 나중에 또다른 요리로 변신하거든요)
우선 냉동새우 찬물 샤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더러움을 씻어내고 잠깐 둬서 녹입니다.혹 꼬리가 남아있다면 까는 게 나중에 먹기 편한데, 보기엔 있는 게 나아요. 편하신대로 취향대로.(앗 사진을 못 찍었어요)
날씨가 더우니까 특히 위생에 신경쓰세요.
그 사이 양파 한 개 착착 썰어 그릇에 담아두세요. 제가 산 양념게장에는 이미 당근 파 등이 충분히 들어가 있어서 당근과 파는 따로 넣지 않았어요. 전 당근은 또 별로 안 좋아해요.
자, 냉장고를 뒤져 장아찌가 있나 보세요. 분명 장아찌 한두 종류는 있을 텐데 장아찌 간장 조금 따라 새우를 재웁니다.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새우에 살짝 간을 더하는 역할도 하고 비린내를 제거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장아찌 간장 없는 분은 이 과정 생략하시면 됩니다. 비린내가 걱정된다면 식초나 레몬즙 약간 뿌려 조물조물 재면 됩니다. )
새우 건져 썰어놓은 양파 위에 얹고 양념장에 끼얹으세요. 잘 섞어 버무리면 됩니다.
밀폐용기에 담으세요. 담을 때 새우를 양념 켜켜이 넣고 양념 및 채소로 잘 덮으세요.
냉장고에 넣고 하루 정도 두세요. 다음날부터 드시면 됩니다.
(냉장고에서 나흘 정도는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반찬으로 드셔도 되고, 밥 위에 양념새우장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 두른 후 쪽파 종종 썰고, 김가루 뿌려 슥슥 비벼 먹는 양념새우장덮밥으로 드셔도 됩니다.
더 맛있게 먹는 팁
- 깻잎 위에 밥 한숟가락 올리고 새우 하나 채소 듬뿍 올려 양념새우장쌈밥으로 드셔보세요. 날치알 있다면 살짝 뿌리면 손님용 요리로도 거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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