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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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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를 얹으면 더 맛있다 _ 두부전 밀가루 한 번, 달걀물 한 번의 수고 두부는 정말 두루두루 쓰기 좋은 음식재료입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에 넣어도 그만, 각종 탕에 넣어도 그만, 슬슬 부셔 짜글이를 해먹어도 좋고, 숭덩숭덩 썰어 김치만 올려 먹어도 그만이죠. 어디서든 주재료의 맛을 살려주고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죠.하지만 두부가 한그릇 음식으로 대접받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순두부찌개나 두부짜글이도 밥을 잘 먹기 위한 반찬 개념이잖아요. 맛있는 두부조림도 그렇고요. 두부김치는 어쩐지 술과 함께하라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밥 없이 술 없이 딱 두부만으로 충분한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두부전이에요.두부를 으깨어 다른 부재료를 넣고 다시 부치는 번거로운 두부전 말고요(이런 두부전은 두부 안 먹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굳이 너무 많은 수고..
어쩐지 기운이 나는 것도 같고_전복솥밥 처음 해봤는데 쉽고 맛나요요새 전복이 정말 저렴하더라고요. 웬만한 생선보다 싼 느낌. 온라인마켓마다 할인도 많이 하고. 자꾸 보다보니 전복 한 번 먹어볼까? 찬바람부니 직접 지은 밥도 먹고 싶고요. 얼마 전 햅쌀이 나와 한 봉지 샀거든요! 전 솥밥 자주 해먹어요. 딴 반찬 필요없고 간편하잖아요! 그래서 과감히 전복 주문했습니다. 전복솥밥은 처음이라 두근두근! 산소팩에 담겨 전복이 살아왔어요. 제일 먼저 할 일은 쌀 씻어 불리는 것. 20~30분 정도는 불리세요. 쌀을 불리는 동안 전복 손질하면 돼요. 칫솔로 전복살과 전복껍질 부지런히 닦아 때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10초 정도 데쳤습니다. (잘 떼지라고 살쪽을 엎어서 데쳤어요) 데친 전복 꺼내 숟가락으로 껍질과 살 사이 깊숙이 넣으니 살과 껍질이 분리됐어..
건더기 듬뿍 마음까지 풍성하게_된장찌개 가끔 힘준 재료로 특별하게 덥다 덥다 했는데, 어느새 가을입니다. 열어둔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선선해요. 창을 열고 자면 이불을 덮고 싶어집니다. 이런 날씨 너무 좋잖아요. 얇은 이불이 몸에 감기는 게 반가운 날씨, 아주 짧은 가을.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어제 엄마랑 통화하면서 엄마 뭐 드셨는지 물었더니 된장 지져서 감자랑 호박이랑 건져서 먹었지, 하시더라고요. 순간 그래, 내일 아침엔 된장찌개다 했습니다. 더군다나 느긋한 주말이잖아요. 저는 된장찌개에 멸치다시마육수를 씁니다. 10분이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오늘 된장찌개는 건더기 푸짐이 핵심입니다.감자 주먹만한 거 3개와 양파 큰 거 1개를 썰어놓습니다. 나머지 채소 다 갖추기 어려우니까 찌개용 손질채소 한 봉 추가했습니다. 자, ..
나쁜 일 중에서 좋은 일 _ 초코빼곡히와 커피 이번주도 정말 애썼어요금요일에는 출근 전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보통은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출근하지만, 금요일이니까 느긋하게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금요일이니까요.이번주도 애썼다고, 오늘만 출근하면 선물같은 휴일이 온다는 자축과 격려의 의미랄까요. 맞아요, 이번주도 여러 일이 있었네요. 그 일은 주로 회사에서 벌어지죠. 좋은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적당히 참고, 적당히 잘 대처한 건 나쁜 일 중에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그러고보니 이번주에 두 명의 동료가 간식을 주었습니다. 한 명은 음료수를 주었고, 다른 한 명은 사탕을 주었습니다. 맛있게 먹었으니 그것도 생각해보면 좋은 일에 속합니다. 휴일에는 단 게 안 당기는데, 일하는 날은 달달한 게 당깁니다.단 것 먹을 때 단짝은 역시 향..
보들보들한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 _ 달걀찜 달걀 두 알의 행복마땅히 먹을 게 없고, 대단한 걸 할 기운도 없을 때 쓰기 쉬운 재료가 달걀입니다.저는 달걀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그 간편함과 저렴함 때문에 은근히 자주 쓰고 있네요. 달걀로 하는 음식 중에 그나마 손이 가는 거라면 달걀국과 달걀찜일 텐데요, 저는 달걀찜을 달걀이 들어간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해요. 손 많이 가는 음식을 더 좋아하는 걸까요. 달걀찜은 냄비에 직화로 하기도 하고, 찜기에 찌기도 하고, 전자렌지에 돌리기도 합니다. 일본식으로 곱게 자완무시를 할 땐 표면이 매끈해야 하니까 공들여 찜기에 찌지만, 보통은 냄비 직화 달걀찜을 더 좋아해요.대파, 양파, 당근, 심지어 고춧가루까지 넣어 칼칼하게 찌면 맛이 그만이지요. 오늘 출근 전 먹을 달갈찜은 일본과 한국식..
어제를 씻는 산뜻한 국물 _ 풀무원 생면식감 매운맛 아침엔 개운하게 밤엔 가볍게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선득해서 일찍 눈을 떴습니다. 슬쩍 으슬하네요. 이럴 땐 라면입니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엄마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지만 아침이야말로 라면 먹기 딱 좋은 시간 아닌가요. 어쩐지 칼칼한 목을 타고 면발과 함께 따끈한 국물이 뱃속으로 퍼지면, 크와와 아이고 속 풀린다, 아직 덜 깬 정신도 깨고요. 어제의 불쾌한 감정찌꺼기까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아침이라 자극적인 걸 먹기 부담스럽다면 풀무원 생면식감 생라면이 최고입니다.(저는 "매운맛 못 잃어서" 라면 순한맛은 라면으로 안 칩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식감으로, 쫄깃한 생라면 같은 면말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라면을 몇 번 먹어보지 않아서 생라면이 그렇..
양념돌려먹기 끝판왕, 촉촉하고 부드러운 두부조림 시간이 차곡차곡 스미고 스미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반찬가게에서 양념게장 한 팩 사서 그 양념 아까워서 양념새우장 만든 거요. 네네, 맞아요. 양념새우장은 다 먹었는데 양념이 당연히 남았습니다. 이제 양념돌려먹기의 마지막, 두부조림을 하면 됩니다.시장에서 산 양념꽃게장 – 내가 만든 양념새우장 – 내가 만든 두부조림 이 사이클에서 정말 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부조림이에요. 꽃게와 새우, 각종 채소에서 우러난 맛이 차곡차곡 두부에 스미어 참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그래서 두부조림을 만들 땐 좀 더 시간을 씁니다. 더 맛있게 먹으려고요. 두부 큰 것 한 모를 적당히 잘라 들기름에 지지세요. 두부는 물기가 많아서 센 불에 구워도 쉽게 타지 않습니다. 살짝 바싹하다 싶을 정도로 굽는 게 더 ..
샌드위치 핵심은 빵 _ 브로첸샌드위치 햄 없어도 채소 없어도 괜찮아요 샌드위치에는 짭조름한 햄과 아삭아삭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양상추가 없어서, 햄이 없어서, 치즈가 없어서 샌드위치 만드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꼭 그럴 필요 있을까요? 사 먹는 샌드위치면 당연히 속이 푸짐하게 들어가야 맛이지만, 집에서 만들어먹는 거라면 재료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요.냉장고를 뒤져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채소나 김치 하나만으로 밥을 볶아도 맛있는 것처럼, 샌드위치도 그때그때 있는 재료만 넣고 만들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어쩌면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었다는 샌드위치 백작도 편의성과 시간절약보다는 재료소진에 더 초점을 두었을지도 모른다고 우겨봅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맛있는 샌드위치 핵심은 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