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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도 든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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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없이 맛있게_ 김치순두부짜글이 냉장고 정리 겸 있는 거 대충 다 넣어요가게에 갈 때마다 제가 유심히 보는 코너가 있는데요, 파격할인 상품입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한바구니에 모아 싸게 파는데요, 어떤 날은 어묵이 어떤 날은 베이컨이 어떤 날은 김이 어떤 날은 젤리가 어떤 날은 쫄면이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뭐가 있으려나 지나는 길이면 슬쩍 살펴보고 제가 먹는 것이면 하나 집어옵니다. 그러면 어쩐지 돈을 썼는데도 돈을 번 느낌이거든요. 어제 세일코너에 있던 건 순두부였습니다. 요거 하나에 500원에 팔더라고요. 유통기한도 어제까지!순두부를 이용해 냉장고 정리 겸 자투리 채소와 썰어놓고 먹지 않은 김치를 처치하기로 했습니다.일명 순두부짜글이! 재료는 대충 이렇습니다. 만가닥버섯과 순두부는 산 것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것..
강원도(출신 이웃)의 힘_버터옥수수, 찐옥수수 옥수수부심 가득 옥수수인심, 고마워요 정말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트나 단골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입니다. 무엇을 살 때마다 인사는 빼먹지 않고 챙기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진 않습니다. 그래도 오래 보면 어느새 이웃이 되어, 있어야 할 시간에 안 계시면 궁금하죠. 그런 이웃 중 한 분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이래요. 그래서인지 강원도가 주 산지인 몇몇 농산물에 대해선 특히니 까다롭게 고르고 맛있게 드시는 법을 아십니다. 오늘은 그 이웃에게 들은 맛있는 옥수수 먹는 비법 그대로 전해드릴께요. 강원도 옥수수여야 해요. 요즘 이런 저런 옥수수 많지만 국내산 중에서도 강원도 옥수수가 제일 맛있어요.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물 흥건하게 옥수수 잠기도록 삶으면 안 돼. 쩌야 돼. 집..
적당히 맵고 적당히 쫄깃하게 _ 낙지볶음 엄마에겐 질기고, 나는 즐기고 엄마 택배에 아이쿠나 이게 뭐람, 싶은 게 있었는데 바로 낙지였어요. 해먹을 엄두가 안 나 냉동실에 던져두었습니다. 낙지볶음, 집에서 잘 안 해먹잖아요. 이걸 어쩐다. 아이고, 이모가 낙지를 줘서 받아왔는데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버렸지. 데치고 나니 귀찮기도 하고, 요새 낙지, 오징어 이런 건 잘 안 먹게 되네. 오래 씹는 건 별로야, 라는 게 엄마 말씀.전화를 끊고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엄마가 이제 질긴 것을 즐기지 못하시군요. 그건 그렇고 더 덥기 전에 만들어야 합니다.자 일단 낙지를 냉동실에서 꺼내 대충 녹입니다. 그래도 엄마가 데쳐서 보내주셨으니 얼마나 좋아요.양파 한 개, 청홍고추(마침 있었어요) 몇 개, 파 조금 썰어 놓습니다.낙지볶음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는..
딴 반찬 필요없죠, 오로지 집중 _양념게장백반 간장게장말고 양념게장파 모이세요!엄마와 함께 살 때 먹던 꽃게는 항상 찌개였어요. 달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도 좋고 두 손 버려가며 젓가락으로 파먹던 꽃게살도 좋았어요. 하도 쪽쪽 빨아먹어 입술이 얼얼하기도 했지만 식탁에 꽃게찌개가 오르면 괜히 마음이 달뜨곤 했죠.지금도 꽃게를 좋아하지만 밖에선 잘 안 먹게 됩니다. 된장찌개에 꽃게 반토막이 들어 있어도 먹는 둥 마는 둥하죠. 먹기가 불편하잖아요. 손으로 들고 먹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파야 하는데 그게 참 남보기엔 민망해요. 그래서 가끔, 반찬가게에서 꽃게장을 삽니다. 딱 한 팩. 간장게장 근사하게 한 상 말고, 전 고추장 양념의 꽃게장이 좋더라고요. 꽃게장은 혼자 먹어야 해요. 입 주변으로 양념이 지저분하게 묻잖아요. 상관 않고 먹으려면 역시 집에서 혼밥..
이상하게 어울리네 _ 들기름에 구운 쑥떡과 커피 한 여름에 만난 엄마의 봄맛 엄마 택배 상자에 수줍게 들어있던 쑥떡 한 가닥. 이런 건 반갑지 않은데. 쑥 뜯느라 산비탈 여기저기 다녀시는 거 진짜 마음에 안 들어요. 무릎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손이 아프다 하시면서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건지. 쑥 한 웅큼 뜯다가 괜히 골병만 얻죠. 언젠가는 도토리를 주워 도토리묵을 쑨다 어쩐다 하시더니 심지어 당신이 드시는 것도 아니고 남 주기 바빠 도토리는 다람쥐가 먹게 두세요, 다 주워오면 다람쥐는 뭐 먹어요, 한 적도 있거든요."엄마 나 쑥떡 안 좋아한다니까요.""아이고, 많이 넣지도 않았잖아. 출근 전에 먹으면 얼마나 든든한데. 그거 약쑥이다 약쑥. 내가 직접 캔 쑥으로 방앗간 가서 직접 한 떡이라고."엄마의 떡 예찬이 이어집니다.안 좋아하는 줄 알..
방울토마토가 더 시들기 전에 _ 감바스파스타 대충 있는대로 넣어서 휘리릭 아직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방울토마토가 바람빠진 공처럼 시들시들하지 뭐예요. 이러다 버리게 생겼어요. 방울토마토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요. 그래, 오늘은 방울토마토를 해치우자 마음 먹었습니다. 소스가 따로 필요없는 오일파스타는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가스불 두 개 쓰며 준비해봅시다. 냄비에 물을 끓이세요.(더우니까 전기포트로 끓여서 붓는 걸 추천합니다) 물이 끓으면 소금 넉넉하게 넣고 파스타를 넣어 삶습니다. 봉지에 쓰여있는 대로 7분, 혹은 8분 삶아도 되고 알덴데 나는 그거 싫더라 하는 분은 10분도 좋습니다. 그 사이 프라이팬에 올리브유 넉넉하게 두르고, 방울토마토를 반 잘라 볶습니다. 저는 채소칸에서 셀러리가 손 들고 같이 구출해달라기에 그것도 종종 썰어 넣었어요. ..
꼭꼭 잘근잘근 씹는 맛 _명란바게트 이건 꼭 업무시간에 먹자 모두 방구석1열로 여유로운 아침 보내고 있나요?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네요. 오늘은 임시공휴일, 휴일은 쉬는 날인데 이게 무슨 일이죠? 월요일 출근은 평소에도 힘든데 남들은 노는 날, 나도 놀거라 생각한 월요일 출근이라니 기분이 축축 처져서 땅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어요. 이 모든 사달은 8월 14일 회사 공지에서 비롯됐어요. 블라블라 말도 안 되는 이유 대체휴일 어쩌고 어린이날까지 끌어쓰더니 광복절은 해당사항 없으므로 8월17일 놀거면 너네 연차에서 깔 테니 연차신청하라는 것. 조용하던 사무실에 갑자기 급박한 자판소리. 여기저기 띵띵띵띵. 제 메신저 창도 몇 개가 열려서 미친 건가. 진짜 작은 회사 다닐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난리가 났습니다. ..
시골밥상 느낌_시래기된장지짐 엄마 이런 건 겨울에 좀 가끔 엄마의 택배박스를 받는데, 그 때마다 꼭 놀랄 일이 생깁니다. 의외의 것이 들어있거든요. 꽁꽁 언 PET 병에 든 정체모를 액체. 한약인지 양파즙인지 배즙인지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반쯤 녹은 파우치. 때로는 도대체 이게 왜? 싶은 것도 들어있어요. (쑥떡이라거나 쑥떡이라거나 쑥떡이라거나) 엄마한테 물으면 어? 너 그거 좋아하지 않아? 이러시기도. 시침 뚝 떼시는 건지, 정말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시는 건지. 멸치+다시마 육수는 10분이면 만들어요. 그것도 귀찮으면 맹물도 괜찮아요. 냄비에 멸치다시마육수 반 정도 붓고 된장 두 숟가락, 홍고추 1개, 청양고추 2개 가위로 슥슥 잘라 넣은 후 고춧가루 찹찹찹 뿌려요. 가스불 켜고 된장 잘 푼 후 시래기덩어리를 넣습니다...